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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열 잔이나 되는 술을 단숨에 마시니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배석우의 몸이 휘청거리자 여미주가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았다. 모두가 칭찬하는 가운데 오직 진우진만이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했다. “술 마셔서 죽을 것 같아요? 그럼 끌고 나가서 묻어드리게.” 순간 환호성이 멈추었고 오직 정건하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배석우는 흐릿한 눈빛으로 손을 저었다. “난 괜찮아요. 아주 멀쩡해요.” 여미주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너무 급하게 마셨는데 위층에 방 하나 잡고 좀 쉬는 게 어때요?” 진우진은 굳은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달칵. 그는 담뱃갑과 라이터를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계속하지, 다음 라운드.” 여미주는 어쩔 수 없이 배석우를 부축해 자리에 앉히고 새로운 라운드의 카드 뽑기를 시작했다. 이번 라운드의 벌칙 주인공은 배석우였다. “석우야, 진실게임과 벌칙 중에 뭐로 할래?”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배석우의 얼굴에는 이미 술기운이 올라 평소 온화하고 반듯한 모습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진실 게임.” 함주원이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말해봐. 지난 몇 년간 해외에서 여자 친구 몇 명이나 사귀었어?” 배석우는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한 명도 없어.” 진우진이 드물게 말을 걸었다. “여자 생각을 안 하니까 일도 잘되는 건가... 고고한 척 의약 사업에 평생을 바치겠다는 뜻인가요?” 여미주가 휘턴스 공항 회의실에서 했던 말을 진우진은 배석우를 비꼬는 데 쓰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3년 동안 연애를 안 한 건 아직도 마음에 둔 누군가가 있다는 뜻 아니야?” 여미주는 함주원이 배석우가 취한 틈을 타서 뭔가 캐내려는 걸 알아챘다. “그건 두 번째 질문이니 하고 싶으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야죠.” 규칙이 그렇다 보니 모두 아무 말 없이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배석우가 스스로 대답했다. “맞아.” 누군가 음악을 끈 건지 룸 안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어디선가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배석우는 반쯤 취한 상태로 감정에 젖어 혼자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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