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손가락이 약병에 닿은 순간 여미주가 달려와 약병을 먼저 집어 들더니 글자를 가려버렸다.
진우진의 눈빛에 어두운 파도가 스쳤지만 금세 사라졌다. 얼굴엔 여전히 웃음이 걸려 있었으나 목소리는 차가웠다.
“무슨 약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여미주는 나쁜 짓 하다 걸린 아이처럼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곧장 옷걸이 쪽으로 가서 가방 가장 안쪽 지퍼 주머니에 약병을 쑤셔 넣었다.
“요즘 위장이 안 좋아서 약 좀 처방받았어.”
진우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위장약인데 뭘 그렇게 숨겨?”
여미주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남이 내 물건 만지는 게 싫어.”
“내가 남이야?”
“이 세상에 나 말고는 다 남이지.”
차갑긴 했지만 또 틀린 말도 아니어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진우진이 어두운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날카로운 기운이 가까워지자 여미주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다 결국 통유리창에 닿았다.
진우진은 그녀를 유리창에 밀어붙이고 입술을 훔쳤다. 거부할 틈도 주지 않는 키스였다.
거친 엄지로 그녀의 입술을 쓰다듬으며 매력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약은 네 거고 넌 내 거야.”
“...”
부부 관계 면에서 진우진은 여미주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남자가 하고 싶을 때 나오는 달콤한 말들이 다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7년 동안 사랑한 사람이라 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분위기가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
진우진의 키스가 입술에서 목, 쇄골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불이 붙기 직전 진우진이 갑자기 멈췄다.
“오늘 밤은 봐줄게.”
그의 시선이 옷걸이에 걸린 그녀의 가방에 향했다. 욕정이라곤 전혀 없는,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이었다.
이튿날 이른 아침, 하늘이 푸르게 밝아 올 무렵 여미주는 이상한 감각에 눈을 떴다. 그가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차 안에서 했던 한 시간으로는 이 짐승을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정말 딱 어젯밤만 봐준 것이었다.
진우진의 뜨거운 가슴이 여미주의 등을 완전히 덮은 채 꽉 껴안았다. 아예 몸속에 넣어버릴 기세였다.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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