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장모님, 제가 소희랑 먼저 병원 가서 장인어른 모셔 올게요.”
김태하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어, 그래, 그래.”
강소희는 그에게 안쪽 서랍에서 4만 원만 챙기라고 했다. 그녀에게도 이미 16만 원은 있었으니까.
“이 돈, 나중에 내가 꼭 갚을게요.”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만약 김태하 얼굴빛이 조금만 더 굳지 않았다면 차라리 차용증이라도 써 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태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돈을 챙겨 수레에 올라타더니 곧장 채찍을 휘둘러 길을 재촉했다.
마부 자리에 앉은 그의 뒷모습엔 묘한 냉기가 감돌았다.
‘혹시 기분이 상한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거지?’
강소희는 고개를 기울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고마워요. 당신이 집에 편지 쓴 덕에 아버님 어머님이 제때 돈을 부쳐 주셨잖아요. 안 그랬으면 우리 집 마지막 돼지도 잡아야 했을 거예요.”
괜히 입을 뗀 듯싶었지만, 사실 이 며칠 사이 그녀는 김태하와 제법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행동이 빨랐다. 몸을 지킬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던 그날 밤의 약속도 다음 날 곧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하필 태생부터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운 강소희에게는 하나하나가 벅찬 동작이었다. 거기에 몸치 티까지 나니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녀 자신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는데, 김태하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묵묵히 곁에서 받쳐 주며 끝까지 인내심 있게 이끌어 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동작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그때의 김태하는 속으로 진심으로 기뻐하는 눈치였다. 강소희가 그 틈에 아부 섞인 말투로 ‘역시 가르치는 솜씨가 좋네요’라고 했을 때 대답은 없었지만 슬쩍 올라간 입꼬리를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아무 말이 없었고 표정도 오락가락했다.
‘남자 마음이란 게 바다 밑바닥의 바늘 같다더니 도무지 알 수가 없네.’
그러던 차에 불쑥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의료비 다 내고 나면, 삼륜 자전거 하나 사자. 나중에 경운시로 돌아가면 장인어른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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