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강소희는 은근히 김태하의 얼굴을 살폈다. 입으로는 화 안 났다 했지만 저렇게 얼굴이 시커멓게 굳어 있는데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결국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고 원래 말수가 적은 김태하도 침묵을 지켰다.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채 길을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그녀는 먼저 진료비를 치르고 강준호의 퇴원 수속을 밟았다.
“오빠, 아버지는 오빠가 먼저 모시고 가. 나랑 태하 씨는 볼 일이 조금 있어.”
강소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수레는 네 명이 함께 타도 될 만큼 큰 편이었다. 하지만 몸주인은 덩치가 장정 몇은 되는 체격이었고 강준호 역시 아직 다리를 마음껏 쓰지 못했다. 그런 마차에 네 명이 오롯이 올라타면 숨이 막히게 비좁을 터였다.
“그럼 볼 일 끝나면 같이 가자.”
강민우가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이번 아버지의 수술비는 여동생과 매제가 번 돈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장남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에 차마 말을 내뱉기가 쉽지 않았다. 자신이 마차를 몰고 가버리면 두 사람은 결국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더욱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소희는 오빠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녀와 김태하는 곧장 판매소에 들러 자전거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표가 있어야 살 수 있는 물건이라 가능할지조차 불확실했으니, 확정되지 않은 일을 굳이 알릴 이유는 없었다.
강민우는 아쉬운 눈길로 매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김태하는 담담히 웃으며 조심히 가라고 손을 들어 보였다.
병원이라는 자리는 얘기를 나누기엔 적절치 않았다. 강소희도 김씨 집안이 의료비를 크게 도왔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부자는 집에 돌아간 후에야 의료비 문제에 김태하가 크게 힘써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미경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번엔 정말 사위 덕을 많이 봤어요. 태하가 경운시에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사돈집에서 돈을 제때 보내줄 수 있었겠어요? 아마 집에 남은 마지막 돼지도 잡아야 했을 거예요.”
강준호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소희가 그 집에 시집가면 시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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