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집에서 키우던 돼지까지 잡을 수는 없었다.
“아빠, 고마워요.”
강소희는 강준호가 내민 돈을 기쁘게 받았다.
아들을 우선시하고 딸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건 화국 사람들 뼛속 깊이 박힌 오래된 관념이었다.
그러나 강준호는 달랐다. 오히려 사위가 준 예물 중 일부를 딸에게 챙겨 집으로 가져가라 하니, 강소희 마음속은 울컥 북받쳤다.
사실, 강준호가 한 푼도 내주지 않는다 해도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강소희는 몸주인이 아니었지만 이 집안에서 딸을 지금껏 키웠으니 예물을 남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셍각했으니까.
까마귀도 자라면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할 게 있겠는가.
그때, 김태하가 슬쩍 강소희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강소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눈빛은 뭐지? 돈을 받는 걸 못마땅해하는 건가?’
아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김태하의 눈빛은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했다.
강소희는 속으로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남자 마음은 바다 속에 잠긴 바늘이라더니,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
경운시 송씨 집안.
김태하에게 시골 아내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송하은은 며칠째 김씨 집안을 찾지 않았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밤마다 뒤척이느라 얼굴은 홀쭉해졌다.
이를 지켜본 연희수가 못내 마음 아파 말했다.
“하은아, 네가 정말 그 집 아들을 좋아한다면 이젠 나도 반대 안 할게.”
주화영은 김태하에게 무려 30만 원을 부쳐 주었다 했다.
연희수도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 마음이 흔들렸다.
며칠 전, 딸이 집에 돌아왔을 때 새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게 주화영이 사준 거라 했다.
값이 만 원은 훌쩍 넘는 옷을 선물할 정도라면...
연희수는 차라리 둘을 지내 보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이 힘든 세상에 누가 돈을 마다하랴.
하지만 어머니의 말에 송하은은 오히려 서러움이 치밀어 올랐고 김은서의 오만한 태도가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마, 마음이 너무 아파요!”
처음엔 김은서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