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승객들이 하나둘씩 힘을 보태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강소희 역시 그 틈에 자연스럽게 몸을 밀어 넣었다. 예전에 김태하에게 배워둔 몇 가지 기술이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제격이었다. 때마침 덤벼드는 강도들은 마치 훈련용 연습 상대라도 되는 듯 절묘하게 걸려들었고 그녀는 눈앞으로 달려든 한 놈을 단 다섯 동작 만에 바닥에 눕혀버렸다.
‘역시, 난 아직도 너무 뚱뚱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는 아쉬운 듯 입꼬리를 내렸다.
“몸이 좀만 더 날렵했으면 세 동작이면 끝냈을 텐데...”
마지막 일격을 가할 땐 온몸의 무게를 실어 강도의 몸 위로 내리꽂았고 그 남자의 비명이 산골짜기를 찢듯 울려 퍼졌다.
“으아악!”
처음엔 몇몇 남자 승객들만 나서 싸움을 벌였지만 곧이어 여자 승객들까지 하나둘씩 뒤따라 싸움에 가세했다.
조금 전 강도에게 뺨을 맞고 모욕당했던 중년 아주머니는 분노로 두 눈이 붉게 충혈된 채 바닥에 쓰러진 강도의 얼굴을 연신 후려치며 고함쳤다.
“이 쌍놈아, 여자를 건드려? 아주 잘 됐다! 죽을 맛을 좀 봐라!”
그 아주머니는 보기에도 평소에 밭일을 도맡아 하던 시골 부녀자처럼 강단 있어 보였고 그 손맛은 실로 매서웠다. 몇 대 맞자 강도의 얼굴은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
여성 운전사도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둘렀고 그 표정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할 참담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만약 아까 그 부부가 나서서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은 인간으로서 존엄도 짓밟힌 채 무참히 짓이겨졌을 것이다.
잠시 후, 버스 안은 온통 강도들의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잘못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으스대던 그들이 맞는 족족 울며 빌어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한바탕 분풀이가 끝난 뒤, 강소희는 운전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차 안에 밧줄 같은 거 있어요?”
열댓 명의 강도라면 명백한 중범죄였고 혹시라도 잡히지 않은 공범이 숨어 있을지도 몰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