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자.”
남자의 몸이 굳었다. 말투도 어색했다. 말이 끝나자 그는 몸을 돌려 등을 강소희 쪽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이라 여자가 그의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김태하는 어쩐지 불편했다.
예전에는 강소희가 그의 이름을 부를 때 더 요란하게, 귀엽게 굴기도 했지만 김태하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 한편이 묘했다. 설마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고 이렇게 민망해지는 걸까?
강소희의 몸은 100킬로가 넘는 헤비급. 잘 먹고 잘 잘기도 했다. 스마트폰도 없는 시대, 강소희는 금세 꿈나라로 갔다. 귓가에 고른 숨소리가 번지자 등을 보이던 남자가 그제야 몸을 다시 돌렸다.
창으로 스민 달빛이 잠든 그녀 위로 비쳤다. 밤의 몽롱함 때문일까. 김태하는 잠든 강소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정신이 아닌가 싶었다. 지금 이 순간의 강소희가 꽤 예뻐 보였으니 말이다.
강소희는 몰랐다. 그날 밤 김태하는 그녀 때문에 잠을 설쳤다는걸.
새벽, 하늘이 밝아 오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리자 김태하는 번쩍 눈을 떴다.
오늘은 김씨 가문과 흑촌 마을 일부 청년이 도시로 돌아가는 경삿날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른 새벽부터 일어났다.
소리가 나자 강소희도 비몽사몽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건 김태하의 복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자극적이라니.’
강소희는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광경이었다.
아마도 그녀의 시선이 너무 뜨거웠던 모양이다. 김태하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는 이내 옷을 챙겨 입었다. 더는 볼 수 없게 되자 강소희 눈에 살짝 아쉬움이 스쳤다. 그 미묘한 변화를 김태하는 곧장 포착했고, 그녀의 속마음까지 몇 가지 떠올려 보다가 조금 민망해졌다.
“아직 일러. 더 누워 있어.”
강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깼으니 더는 뒹굴지 않을 생각이었다. 들러리 악역인 이 몸은 운동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일어나 한 바퀴 돌며 몸을 풀었다.
그녀가 옷을 챙겨 입기 시작하자 김태하는 등을 돌렸다.
강소희는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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