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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아무리 상황이 어찌 됐든, 주화영은 어디까지나 윗사람이었고 괜히 맞서봤자 손해라는 판단에 강소희는 그녀의 비꼬는 말투 앞에서도 고개만 조용히 숙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 그 순간, 김태하가 단호한 어조로 어머니를 제지하자 주화영은 못마땅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소희는 속으로 혀를 찼다. ‘진짜 어이없네. 당신 아들이 거절한 걸 왜 나한테 화풀이야? 그렇게 억울했으면 애초에 나한테 직접 얘기하지, 그럼 다 받아줬을 텐데. 쯧.’ 집도 준다 하고 돈도 준다 하니 그 상황에서 강소희는 단 1초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제안을 김태하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대체 왜? 혹시 진심으로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건가?’ 그 생각이 스치자, 강소희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아냐, 만약 내가 책 속에 들어오기 전, 그 몸매랑 얼굴이었으면 몰라도 지금 이 몸으로는... 김태하 같은 엄청난 훈남이 관심 가질 리가 없지. 솔직히, 길 가는 평범한 남자들도 날 쳐다보지 않는데.’ 그때, 정적을 깨듯 마당 대문이 덜컥 열리며 소란이 일었다. 김성철이 보온병 하나와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들어서며 마당 안을 향해 크게 외쳤다. “아침 먹자!” 보온병에는 따끈한 조밥이, 장바구니에는 고기만두가 차곡차곡 담겨 있었고 만두는 기름종이에 곱게 싸여 있었다. 이 시대에는 물자도 부족했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같은 건 아예 없었기에 음식을 포장하려면 각자 식기를 챙겨야 했고 음료병조차 전부 유리로 되어 있어 다시 회수해 쓰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었다. 김성철은 그런 시대 사정에 맞춰 새벽부터 직접 나가 아침을 사 온 것이다. 경운시로 돌아온 이후, 집 금고에는 쓸만한 물건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원래 김성철은 더는 아내가 부엌일로 고생하지 않게 하려고 가정부를 고용할 생각이었다. 지난 5년간 강등되어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아내와 자식들까지 함께 고생한 게 늘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주화영이 그 제안을 단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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