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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요즘 들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강소희와 김태하 사이의 거리도 한층 가까워졌다. 강소희는 아직 이 낯선 경운시가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졌고 거리마다 풍겨오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바삐 움직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주치는 풍경이 하나같이 새로웠고 그 곁에서 김태하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이드’를 자처하고 있었다. 물론 책에 들어오기 전, 강소희 역시 경운시에서 여러 해를 일하며 지낸 경험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도시를 속속들이 꿰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익숙하다고 느껴지는 건 그저 매일 출퇴근하던 거리와 몇몇 건물들 정도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경운시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그 많고 유명한 관광지들조차 제대로 가본 기억이 없었다. 그녀가 사는 세상의 경운시는 단 하루라도 쉬면 밥조차 제대로 먹기 힘든 곳이었다. 그만큼 삶의 속도는 빠르고 경쟁은 치열했고 강소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나날을 보냈다. 그런 그녀에게 김태하의 차분한 설명 하나하나는, 마치 이 도시에 처음 말을 거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진짜 경운시 토박이만이 전할 수 있는 생생한 설명은 확실히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고 두 사람은 걷는 내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주화영은 은근슬쩍 눈을 굴렸다. ‘이 뚱뚱보가 은근히 능청스럽네?’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아들의 성격을 떠올리자 꾹 눌러 참았다. 괜히 강소희를 험하게 대했다간 또 아들이 싸늘하게 정색할 게 뻔했기에, 날카로운 말은 꺼내지도 못한 채 속만 끓이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분위기를 마주하자 주화영은 알 수 없는 뻐근함에 가슴이 저릿해졌다. ‘도대체 언제 저렇게 친해진 거야?’ 사실 그녀는 병원까지 걸어가는 동안 강소희를 조금이라도 고생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분위기대로라면 정작 자기가 혼자만 괜히 고생하는 모양새가 아닌가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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