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김태하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어머니를 설득해 보려 했다. 하지만 이미 감정이 격해진 주화영은 아무 말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 이제 다 컸다고 네 생각만 더 중요하다 이거야? 엄마 말은 귀찮기만 하지!”
주화영은 버럭 소리를 지른 뒤 홱 돌아서서 핸드백을 들고 나가려 했고 현관문을 나서기 전, 그녀는 강소희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날렸다.
강소희는 그 시선을 받으며 어이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아니, 화를 낼 사람이 누군데...’
며느리 앞에서 자기 아들한테 다른 여자를 소개해 놓고선 정작 본인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고는 며느리인 자기를 향해 분풀이를 하다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그래도 강소희는 꾹 참고 입을 다물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자신은 들러리 조연, 본편의 악역일 뿐이었다. 현실이었다면 당장 들이받고 난리 났겠지만 이 안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남주인공이 정상이란 점이었다. 적어도 제 어머니 말에 끌려다니는 ‘마마보이’는 아니었다.
“오늘 일은 엄마가 잘못하신 거야. 집에 가면 내가 꼭 따로 이야기해 볼게.”
김태하는 강소희가 혹시라도 괜한 생각을 할까 걱정되어 덧붙였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진다고 했지? 절대 너한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강소희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약간 놀란 눈으로 김태하를 바라보았다.
첫 번째 대결인 강소희와 여주 송하은의 정면 승부에서 그녀가 이긴 것이다.
‘만약 빙의하기 전의 몸매와 얼굴이었다면야 모를까, 지금 이 몸으로?’
강소희는 고개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통짜 허리를 바라봤다. 원래 주인은 무려 100킬로가 넘는 뚱뚱한 몸이었고 절대 이길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남주가 원래 여주가 아닌 나를 선택하다니...’
그녀는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졌다.
“우리 남은 음식 포장해 갈까요?”
강소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응, 그래.”
강소희는 계산대에서 받아온 포장 봉지를 꺼냈고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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