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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정유나는 내내 건물 아래에서 서하영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나오자마자 달려와 물었다. “뭐래? 선생님이 너한테 징계 내린대?” 서하영은 백팩을 멘 채 양손으로 끈을 잡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왜 나한테 징계를 내려? 나는 정당방위였어.” 정유나는 믿지 않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민정의 다리가 부러져서 걔 아버지가 화를 내며 찾아왔는데 그렇게 쉽게 넘어간다고?” 서하영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미 해결됐어.” 정유나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안도하며 서하영을 따라 학교 밖으로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첫사랑에게 매달리지 않고 일찍 갔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서하영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주민정은 작정하고 온 거야. 아마도 계속 거기서 나를 기다렸을 테니까 일찍 가든 늦게 가든 다를 바 없지.” “그러니까 다리가 부러지지!” 정유나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다가 이내 표정이 확 바뀌며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서하영을 바라보았다. “너 운동했어? 어떻게 주민정을 단번에 제압했는지 얼른 나한테 말해줘!” 서하영은 입술을 달싹였다. “아킬레스건을 발로 찬 것 같아!” 정유나가 눈을 흘겼다. “괜히 흥분했네. 난 또 비밀스러운 무술가 집안 출신이라도 되는 줄 알았어.” 서하영이 피식 웃었다. “소설 좀 적당히 봐. 두뇌 발달에 안 좋으니까.”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느긋하게 학교 정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정유나는 서하영의 팔을 잡아당기며 왼쪽 앞을 가리켰다. “봐, 서도아야!” 서하영이 고개를 돌려 보니 도로 옆에 벤츠가 주차되어 있었고, 기사가 차에서 내려 서도아가 차에 탈 수 있도록 옆으로 몸을 기울이며 차 문을 열었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멈춰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들은 부러워했고 남자들은 사랑에 빠진 눈빛이었으며 심지어 누군가는 큰 소리로 ‘여신’이라고 외쳤다. 정유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도아는 왜 이렇게 팔자가 좋은 거야?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게다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잖아. 그중 하나만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하느님에게 수백번 절을 할 텐데.” 서하영은 시선을 돌리며 웃었다. “뒤의 두 가지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거지만 맨 처음 건 노력해서 이룰 수 있어.” “그만해. 내 지능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절대 따라갈 수 없어. 하지만 너는 할 수 있지!” 정유나는 서하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솔직히 너한테도 돈 많은 아빠가 있으면 퀸카 자리가 남에게 넘어갔겠어? 하지만 집안으로 서도아에게 뒤처지니까 우리 과 퀸카에만 그쳤지.” 서하영은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만 있을 땐 날 퀸카라고 불러.” 정유나는 크게 웃으며 서하영을 끌고 건너편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꿈도 꾸지 마. 오늘은 내가 진정하라고 아이스크림 사줄게.” “그럼 난 두 개!” 서하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요구했다. “그래, 예쁜 네 말대로 해!” ... 서도아는 차를 타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오늘 서진철도 일찍 돌아와 세 가족이 함께 식사했다. 서진철은 상석에 앉아 진원희에게 말했다. “시간 되면 하영이에게 전화해서 이번 주말에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해.” 진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 있어?” “아무 일 없으면 하영이는 집에 와서 밥도 못 먹어?” 서진철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게다가 당신 생일 때 오해가 있었는데 만나서 풀면 좋잖아.” 그날 일을 언급하자 진원희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어색하게 말했다. “그럼 당신이 전화해.” 서도아는 진원희에게 해삼 한 조각을 집어주며 부드럽게 웃었다. “아빠 말이 맞아요. 가족 사이에 풀지 못할 게 뭐가 있어요. 주말에 제가 직접 언니를 위해서 케이크를 만들게요.” 진원희는 흐뭇한 눈빛을 보냈다. “역시 우리 도아가 속이 깊어. 참...”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급히 말했다. “오늘 오후에 윤 선생님이 전화로 6월 초 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는데 너한테 그림 하나 준비하래. 아마 전시회에 걸 생각인가 봐.” “정말이에요?” 서도아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바로 준비 시작할게요.” “그래.” 진원희는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마친 서도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그림 주제를 고민했다. 진원희가 문을 두드린 뒤 제비집과 배를 들고 들어왔다. “저녁 별로 안 먹은 것 같아서 아줌마에게 끓여달라고 했어. 따뜻할 때 먹어.” 서도아는 예전 그림을 꺼내 진원희에게 참고해 달라고 했다. 모녀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도아는 하품하며 진원희에게 먼저 보라고 한 뒤 자신은 목욕하러 갔다. 서도아의 책상 위 컴퓨터 화면은 꺼지지 않았고 진원희는 우연히 슬쩍 봤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화면에는 강진 대학 포럼이 있었는데 게시물 제목이 눈에 띄었다. [서하영과 주민정, 학교 킹카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 진원희가 스크롤을 내려보니 대충 서하영이 한 남학생을 두고 다른 여학생과 학교에서 싸운 사건이었다. 게시물 아래 댓글 창에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대충 훑어보고는 화면을 껐다. 표정은 이미 어두워졌다. 서하영은 진원희의 친딸인데 어렸을 때 아이가 바뀌어 17살에야 집으로 데려왔다. 보상해 주고 싶었지만 한심한 서하영과 곁에 있는 똑똑한 서도아를 보며 차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하영이 서씨 가문 딸인 걸 밝히지 않은 게 다행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창피해서 어떻게 살겠나! 서도아의 방을 나서며 진원희의 표정은 내내 좋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오니 서진철이 전화를 걸려는 게 보여 바로 말했다. “서하영한테 전화하지 마!” 서진철은 당황했다. “왜?” 진원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걔 안 보고 싶어!” “무슨 일이야? 밥 먹을 때 얘기 다 끝났잖아.” 서진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별일 아니야. 그냥 보고 싶지 않아!” 진원희는 한 마디만 하고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서진철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던지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 토요일, 여전히 임씨 가문 기사가 서하영을 임씨 가문 별장으로 데려갔다. 계단을 오를 때 서하영은 임도윤을 보지 못해 나갔는지,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몰랐다. 임주미도 데이트하러 갔는지 없었다. 문을 두드리고 임주현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는 아직 게임을 하고 있었고 서하영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이번 주에 배운 내용을 복습해 보자.” “네.” 임주현은 소파에 앉아 대답은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서하영은 기다렸다. 5분, 10분, 15분, 반 시간이 거의 지나가는데도 임주현은 엉덩이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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