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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그녀는 당시 잠결에 그 말을 받아들였던 것 같았다. 서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지금 그녀의 반응과 경계심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모임은 토요일에 있었고 그녀는 임도윤에게 하루 휴가를 내야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서하영은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 두 번 만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저예요, 서하영!” 서하영은 급히 말했다. 임도윤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아요. 전에 이 번호로 나한테 전화한 적 있었잖아요.” 순간 서하영은 멍해졌다. 연청하와 함께 블루 시티에 갔던 날 밤, 성희연에게 전화를 걸다 실수로 임도윤에게 전화했던 일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일이에요?” 서하영은 정신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 “토요일에 일이 있어서 주현이 과외를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하루 휴가를 내려고요.” “네, 그래요. 주현이한테는 내가 말할게요.” 임도윤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담담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괜찮아요.” 전화를 끊자 서하영의 얼굴은 생각에 잠겼다. ‘우린 대체 무슨 사이인 걸까? 부부? 파트너? 아니면 단순히 고용주와 직원?’ 머릿속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토요일 아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서하영은 택시를 타고 서씨 가문의 본가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해 보였다. 두 사람에게는 아들 셋이 있었다. 장남은 서남훈으로 아내는 차시은, 딸은 서주영이었다. 둘째 아들은 서진철로 아내는 진원희, 딸은 서하영과 서도아였다. 셋째 아들은 서정국으로 아내는 하민숙이었다. 장녀 서지연은 열아홉 살로 강진 미대 3학년에 다니고 있었고 차남 서지호는 열 살이었다. 본가는 오래된 빌라 단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유럽식 빌라는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강진시의 오랜 재벌 가문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가 내려서였는지 택시 기사는 예쁘장한 여학생인 서하영을 배려해 차를 안쪽까지 몰고 들어갔다. 본가의 유 집사는 택시가 들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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