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서진철이 서주영에게 서하영을 잘 돌봐 달라고 부탁하자 서정국도 지지 않겠다는 듯 자기 딸과 아들을 칭찬하며 서주영에게 잘 봐 달라고 했다.
서하영은 그 틈을 타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와 소파로 돌아가 서지호와 계속 게임을 했다.
서씨 가문의 본가는 서호철이 정한 규칙에 따라 매주 작은 모임을, 보름마다 큰 모임을 열었다. 모임이 열리면 남자들은 사업 이야기를 하고 여자들은 집안일과 감정 이야기를 나누며 유대를 쌓았다.
거의 식사 시간이 다 되어서야 서지연이 도착했다. 예술을 전공한 덕분인지 옷차림은 개성이 있었고 오자마자 핸드백을 소파에 던져 놓고 다리를 탁자 위에 올리는 등 거침없는 태도를 보였다.
하민숙이 다가와 고옥순에게 인사하라고 눈짓했지만 서지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음식이 차려지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서호철은 맨 윗자리에, 왼편에는 고옥순이, 오른편에는 서주영을 위해 비워 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자리에 앉았고 서하영이 왔을 때는 식탁 끝자리만 남아 있었다.
서진철은 딸을 자기 옆에 앉히고 싶었지만 서지연이 먼저 털썩 앉아 버려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서씨 가문은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즐겼기에 ‘밥상에서는 말하지 않는다’라는 규칙이 없었다. 식탁은 늘 웃음과 이야기로 시끌벅적했고 그날도 화제의 중심은 단연 서주영이었다.
“주영이가 임성 그룹에서 일하면서 앞으로 우리 집 사업에도 힘을 보태겠구나.”
하민숙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서주영은 미소로 속내를 감추듯 대답했다.
“임 대표님이 제 신분을 아시면서도 곁에 두시는 건, 저를 완전히 신뢰하신다는 뜻이에요.”
그 말은 곧 회사의 기밀을 집안에 가져오지 않을 것이니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서호철은 웃으며 거들었다.
“우리도 괜히 그럴 필요가 없는 거지. 임씨 가문에서 우리를 믿어 주는데 우리가 그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되잖아.”
하민숙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간 굳었지만 곧 멋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영이가 임성 그룹에서 잘하면 임씨 가문도 서주영의 체면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