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2층으로 올라간 하서우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옷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열더니 옷을 한 뭉치 꺼내 소파 위에 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옷들은 한 번도 안 입은 새 옷들이에요. 서하영 씨가 알아서 고르세요.”
“네.”
서하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서우는 감히 임도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서하영을 흘끗 보며 눈빛을 번뜩였다.
“서하영 씨, 옷 갈아입으세요. 저는 먼저 나가 있을게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허둥지둥 방을 나갔다.
임도윤은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뒤 앞으로 걸어가 옷더미에서 원피스 한 벌을 골라 서하영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걸로 해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그러나 그는 나가지 않고 옷방 바깥 소파 옆에 앉았다. 옷 갈아입는 자리와는 얇은 천 커튼 하나만이 사이를 막고 있었다.
서하영도 굳이 거절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재빨리 원피스를 갈아입었다.
임도윤은 어젯밤 잠을 설친 탓에 소파에 기대 눈을 감고 잠시 졸고 말았다. 곧 얇은 천 커튼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서하영이 걸어 나오며 말했다.
“다 됐어요.”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소녀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가 고른 것은 롱 원피스였다. 상의는 심플한 옅은 회색이었고 하의는 연꽃색 바탕 위에 회색 얇은 망사가 덮여 있었다.
원피스는 발목까지 내려와 그녀의 하얀 신발을 가리고 있었고 가냘픈 몸매를 더욱 아름답게 드러냈다. 부드러운 색감은 그녀를 온화하고 깨끗하며 한층 우아한 분위기로 물들였다.
임도윤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가가 손을 뻗어 머리끈을 풀었다. 그러자 검은 머리카락이 아래로 흩날렸다.
서하영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임도윤은 고개를 돌려 화장대에서 진주 비녀를 집어 들고 몸을 기울여 서하영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싼 채 다섯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올렸다.
두 사람은 아주 가까웠고 서하영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그의 양복 깃에 코가 닿을 듯했다. 콧속으로는 익숙한 향이 스며들었다.
예전에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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