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연청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연정의 말대로 연청하 가족은 도움을 받기 위해 하라는 대로 했다. 연청하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연태호가 마약에 손을 댄 후로 지옥 같은 삶이 이어졌다. 그녀는 조카한테 모욕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어야 하는 엄마가 불쌍했다. 연청하는 허연정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길가에 세워진 바이바흐 운전석에 전윤성이 앉아 있었다. 그는 병원 입구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연청하를 지켜보았다. 그는 헤어질 때 여자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우는 모습을 많이 봤었다. 서러운 감정이 들면 표정이 일그러질 텐데 연청하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더 슬퍼 보였다. 전윤성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왜 이토록 슬프게 우는 거야?’ 전화 한편의 허연정은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연청하는 신경 쓰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면서 앞으로 허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엄마를 무시하지 못하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 갑자기 한 차가 그녀 앞에 멈춰서더니 차창 뒤로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전윤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누가 나쁜 놈이라는 거예요?” 연청하는 멍하니 서서 그를 쳐다보았다. 전윤성은 토끼처럼 눈이 빨간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연청하는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겠어요? 당신을 말하는 거잖아요.” 감정이 격할 때 다른 사람한테 화풀이해서는 안 되었지만 전윤성은 하필 이때 연청하 앞에 나타났다. 전윤성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물었다. “왜 나를 나쁜 놈이라고 하는 거죠? 허연정이 화풀이해서 서럽게 울고 있었던 거잖아요. 이별을 고한 건 그쪽 대신 복수한 거나 다름없어요. 나한테 고마워해야죠.” 연청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당신이 헤어지자고 해서 허연정이 나한테 화풀이한 거예요.” 전윤성은 피식 웃었다. “어찌 되었든 허연정을 혼내주었으니 속이 시원하지 않아요?” “아니요.” 말을 마친 연청하는 뒤돌아갔다. 전윤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