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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송지안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정성껏 꾸민 이 작은 보금자리를 바라보았지만 처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의 행복감은 더 이상 없었다. 옷장을 정리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숨겨진 칸에서 한 권의 부동산 서류를 발견했다. 송지안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펼쳐보았다. 소유자란에 적힌 이름은 다름 아닌 임우진과 강아름이었다. 팽팽하게 버텨오던 마음의 끈이 순식간에 끊어졌다. 결혼 당시 임우진에게는 돈이 없었다. 그와 함께하기 위해 송지안은 집안과 연을 끊고 그렇게 많은 세월 동안 단 한 푼도 그에게서 받지 않았다. 의사의 월급은 정해져 있었고 그녀는 매일 집에 보탬을 주는 것 외엔 자신을 위해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본 적이 없었다. 이후 임우진의 사업은 점점 커져갔지만 여전히 한 푼도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절약하고 뒷받침해 주니까 내가 마음 놓고 세상에 나설 수 있는 거야.” 그 말 한마디에 송지안은 집에 쌀이며 기름이 다 떨어질 지경이 되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남편을 이해하고 아꼈던 그녀였는데 그는 번 돈으로 강아름에게 집을 사주었다. 무려 1억 6천만 원짜리 집이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결혼 당시 그들의 결혼식은 10만 원짜리 전기차를 빌려서 치렀을 정도였다. 송지안은 그 순간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그 서류를 바라보는 건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조롱하며 순진하고 어리석다고 그녀의 뺨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송지안은 바닥에서 일어나 옷장 속에서 임우진이 자신에게 준 단 한 장의 카드를 꺼냈다. 그 안에는 4천만 원이 들어 있었다. 그가 사업에 성공한 두 번째 해에 건넨 돈이었다. 그것을 건네며 임우진은 말했다. “이건 우리 집의 밑천이야.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써. 당신이 절대 함부로 쓰지 않을 걸 아니까 당신에게 맡겨.” 정말 그랬다. 하지만 이제 송지안의 마음은 달라졌다. 그녀는 그 돈으로 오랜만에 근교의 단골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샀다. 그리고 명품 매장에 들러 최신 가방 하나를 샀다. 4천만 원은 금세 사라졌다. 예전엔 싸구려 사과 하나에도 망설이던 그녀였지만 이제 하루도 안 돼 그 돈을 다 써버렸다. 왠지 모르게 오히려 마음이 후련했다. 그녀의 남편은 불륜녀에게 1억 6천만 원짜리 집도 사줬는데 4천만 원은 적은 돈이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 송지안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에는 임우진과 강아름이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임우진은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 화면에는 그녀의 오늘 소비 내역이 빼곡했다. “말해, 이게 도대체 뭐야?” 언제나 송지안 앞에서는 성실하고 부드러웠던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는 낯선 일그러짐이 스며 있었다. 고작 4천만 원으로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에 그녀도 말문이 막혔다. 송지안은 아무런 표정 없이 신발을 갈아 신었다. “별일 아니에요. 옷 몇 벌 샀어요.” “옷 몇 벌에 4천만 원이라고? 송지안, 너 미쳤어?” 그의 고함은 마치 눈앞의 아내가 아니라 원수에게 내지르는 것 같았다. 강아름도 덩달아 나섰다. “맞아요, 지안 언니. 이건 4천만 원이에요. 작은 돈이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그렇게 낭비할 수가 있어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송지안은 손을 번쩍 들어 강아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여기 네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강아름은 충격에 비틀거리며 거의 넘어질 뻔했고 임우진은 급히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리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송지안, 너 뭐 하는 거야?” 송지안은 그의 깊은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냉소를 지었다. “뭐 하냐고요? 나야 그냥 4천만 원을 썼을 뿐이죠. 근데 우진 씨는 강아름한테 1억 6천만 원짜리 집을 사줬잖아요? 그동안 그렇게 봉사활동에 열심이었어요?” “아니면 당신 눈엔 내가 그 여자만도 못해 보여요?” 임우진의 얼굴빛이 변했다. “내 옷장 뒤졌어?” 그는 변명부터 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나온 말은 허락 없이 자신의 물건을 건드렸다는 비난이었다. 송지안의 마지막 기대가 산산이 무너졌다. “당신이 숨기질 않았으니까요.” 그는 그녀의 사랑을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무엇을 해도 감히 반항하지 못할 거라 믿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오직 강아름만이 중요했다. “그건 그냥 집 한 채야. 아름이는 살 곳이 없잖아. 설마 길에서 자라고 할 순 없잖아? 혼자 외롭고 의지할 데도 없는 애를 네가 스승이면 좀 책임져야지. 그걸 그렇게 쪼잔하게 굴면 되겠어?” “내가 스승인 건 알고 있네요. 난 엄마는 아니에요. 외롭고 힘든 게 내 잘못인가요? 아름이가 부모에게 불효하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건...” 송지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우진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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