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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하얗던 피부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송지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 나를 때렸어요? 우진 씨, 결혼할 때 했던 말 다 잊은 거예요?”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무릎을 한쪽 꿇은 남자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었다. “송지안, 앞으로의 매일매일 나는 널 사랑하고 존중하고 지켜줄게. 네가 다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 맹세를 산산이 부쉈다. 그녀가 순진했던 것이다. 십 년의 세월이면 그 남자의 마음속에 자신이 조금은 자리했을 거라 믿었던 자신이 한심했다. 남자의 깊은 사랑을 가장한 연기에 속아왔고 이제야 눈앞의 그가 진짜 모습임을 알았다. 양심도 감정도 없는 짐승 같은 남자였다. 임우진의 표정은 계속 변하다가 결국 차갑게 굳었다. “아름이의 상처를 들쑤셨으면 그에 대한 벌은 받아야지.” “그 4천만 원은 도현의 치료비로 치자. 이 일은 여기까지야. 앞으로 또 그렇게 낭비하면 우리 결혼 생활을 다시 생각해야겠어.” 송지안은 아무런 표정 없이 속으로 곧 떠날 거니까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송지안은 변호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혼 합의서 좀 빨리 준비해 줘. 필요한 자료는 이미 보냈어.” 전화를 끊자마자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임우진이 그녀 뒤로 다가왔다. “여보, 얼굴 좀 보자.” 방금 전의 분노는 완전히 사라지고 마치 모든 게 꿈이었던 것처럼 다정한 말투였다. 그는 여전히 그녀 마음속 완벽한 남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송지안은 이미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길을 피했고 임우진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미안해,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손대선 안 됐는데... 화 풀어. 응?” 그동안 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매번 임우진이 고개를 숙이고 몇 마디 다정한 말을 하면 송지안은 언제나 그를 용서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손대지 마요.” 임우진은 입을 다물었다. 오늘의 송지안은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좋아, 그럼 오늘은 혼자 좀 진정해.” 그는 마침내 인내심을 잃은 듯 우유 한 잔을 내려놓고 나갔다. 그건 송지안이 매일 자기 전에 루틴처럼 마시던 우유였다. 잠시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혹시 아직 자기를 조금은 사랑하는 건 아닌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엔 마시지 않았다. 새벽, 그녀는 각방을 쓰던 임우진이 방문을 여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집은 방음이 잘되지 않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바깥에서 두 사람이 급하게 입을 맞추는 소리였다. “우진 오빠, 여전하네요. 8년이 지나도 성급해요.” “너 때문이지. 그래도 다행이야. 수면제 효과가 좋아서 아직 들키지 않았어. 이제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그들의 숨소리와 낮은 웃음소리 그리고 속삭임을 밤새 들었다. 아침이 밝을 때까지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우유 잔을 바라보며 송지안은 무표정하게 일어나 그것을 화분에 부었다. 그 순간, 마지막 남은 애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침이 되자 송지안은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거의 다 먹을 때쯤 강아름이 방에서 나왔다. 레이스 잠옷 차림에 어깨에는 숨김없이 드러난 붉은 자국들과 함께 그녀는 당당하고 뻔뻔하게 송지안 앞에 앉았다. “어제 그 우유 안 마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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