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송지안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아무 대꾸 없이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강아름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해요? 우진 오빠는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어요. 나 같으면 진작에 이혼했어요.”
그 도발에 예전 같았으면 송지안은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이미 마음이 죽어 있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았고 오히려 흔들리는 건 강아름이었다.
“그래? 우진 씨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먼저 이혼하자고 하지 않을까? 아니면 네가 겁이 나는 건가? 설마 나랑 이혼 안 할까 봐 두려운 거야?”
송지안은 미소를 지었다.
강아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당신...”
“충고 하나 할게. 너 자신을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마. 정말 널 사랑했다면 진작 나와 이혼했겠지. 왜 지금까지 나를 속이고 있는 걸까?”
그녀는 말끝에 강아름의 어깨를 톡 두드리며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우진 씨에게 신장을 이식해 준 게 정말 너 맞아?”
강아름의 얼굴이 굳어졌다.
놀란 눈빛으로 송지안을 바라봤다.
그 말투는 분명 송지안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강아름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
그때 문가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본 그녀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옆의 벽으로 고의로 머리를 세게 들이받았다.
송지안은 당황해 돌아봤다.
도대체 강아름이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도 전에 작은 몸집이 그녀를 밀쳐냈다.
“나쁜 사람. 아름 엄마한테서 떨어져요.”
임도현이 갑자기 나타나 강아름을 감싸며 서 있었다.
곧이어 임우진이 달려왔다.
강아름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본 순간 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송지안!”
“우진 오빠... 지안 언니를 탓하지 마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여기 와서 언니를 화나게 했어요. 언니가 밀친 것도 당연하죠... 저... 머리가 너무 아파요...”
송지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네가 스스로 박은 거잖아.”
“그만해!”
임우진이 고함을 질렀다.
“송지안, 넌 의사잖아. 그렇게 독하게 굴면 벌받는 거 몰라?”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내가 다 봤어요. 나쁜 사람이에요. 엄마 자격 없어요.”
임도현이 갑자기 달려와 그녀의 발을 밟았다.
피할 틈도 없이 송지안은 뒤로 넘어지며 식탁 모서리에 부딪혔다.
복부에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순간, 식은땀이 온몸을 덮었다.
송지안은 배를 움켜쥐며 겨우 말했다.
“아파요... 너무 아파요... 119 불러요...”
수술 부위의 상처가 터진 것이다.
임우진이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강아름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우진 오빠, 피가 너무 많이 나요... 무서워요...”
“괜찮아, 내가 있어. 지금 바로 병원 가자.”
임우진은 더 이상 송지안을 보지도 않고 강아름을 번쩍 안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송지안은 시야가 점점 흐려지면서 임우진의 이름을 마지막 힘으로 불렀다.
“우진 씨... 나 좀... 살려줘요...”
하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목소리뿐이었다.
“넌 의사잖아. 그럼 네 상처는 네가 스스로 처리해.”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송지안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릿속은 멍했고 주변에서는 기계 소리만 들렸다.
“송 박사님, 깨어나셨군요. 신장 기능이 손상됐습니다. 지금 바로 수술이 필요합니다. 우선 안정을 취하세요.”
의사가 나간 뒤 휴대폰이 울렸다.
“지안아, 이혼 합의서 다 준비됐어.”
그때였다.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임우진이 음침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이혼 합의서? 송지안, 너 지금... 나랑 이혼하겠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