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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송지안은 잠시 멍해졌다. 그 찰나의 순간 머릿속을 여러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언젠가 그는 알게 될거고 그렇다면 지금 말해버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요. 우리 이혼해요. 이혼 두 글자는 예전의 그녀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단어였다. 그녀는 임우진을 사랑했다. 뼛속까지 사랑했기에 그와 이혼을 생각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불과 며칠 전 진실을 알아냈을 때조차 그녀는 생각했다.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지 몰랐지만 막상 입을 열었을 때 송지안은 자신이 놀라울 만큼 평온하다는 걸 깨달았다. 호흡조차 이상할 만큼 안정돼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임우진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송지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우진이 비웃듯 말했다. “뭐라고 했어?” “이혼하자고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데 우리가 서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잖아요.” 이제 서로 놓아주자는 의미였다. “송지안, 뭘 꾸미는 거야? 이혼? 네가 그럴 수 있겠어?”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는 여전히 송지안이 예전처럼 자신을 죽도록 사랑하는 바보라고 믿고 있었다. 질투에 휩싸여 화를 내다가도 결국 그를 찾아와 비위를 맞추던 그 모습 그대로일 거라고 믿었다. “그만해. 삐지지 마. 아름이는 지금 응급실에서 수술 중이야.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해. 네 혈액형이랑 맞으니까 네가 좀 도와줘야겠어.”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의사를 불렀고 송지안은 눈을 크게 떴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냥 피 좀 나누는 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지금 그녀는 몸이 너무 약해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찼다. 곧 수술도 앞두고 있는데 그런 자기보고 강아름한테 피를 나누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우진 씨, 당신 미쳤어요? 나 지금...” 송지안은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데려온 의사가 그녀의 팔을 강제로 붙잡았다. 임우진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봤고 그 눈빛은 얼음처럼 싸늘했다. “아름이는 너 때문에 다쳤어. 책임지는 게 당연하지 않아? 게다가 넌 의사잖아. 생명을 구하는 게 네 직업이지.” “하지만 강아름을 다치게 한 건 내가 아니에요. 내 환자도 아닌데 왜 내가 그렇게 해야 하죠?” 송지안은 소리쳤지만 그녀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바늘이 곧 그녀의 혈관을 뚫었다. 송지안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온몸이 뻐근하고 아팠다. 오장육부가 찢어질 듯한 고통이 전신을 훑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고 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팔에는 흉하게 남은 바늘 자국들이 가득했으며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임우진은 그녀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해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송지안은 침대에서 내려와 의사를 찾으러 나섰다. 그러다 옆 병실 앞을 지나는 데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문틈 사이로 보니 임우진이 다정한 얼굴로 강아름에게 죽을 먹이고 있었다. 임도현은 옆에서 열심히 포도를 까고 있었다. 한때 자신이 정성껏 돌보던 두 남자가 지금은 다른 여자를 위해 웃고 있었다. “우진 오빠, 아까 지안 언니 수술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빠랑 도현이가 나만 돌보면 언니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그냥 작은 수술이야. 의사잖아. 그게 뭐가 무섭다고.” 임우진은 태연하게 말했다. 그녀에 대해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송지안은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고도 비참했다. 그리고 조용히 돌아섰다. 송지안은 병원에서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그녀의 수술은 병원장이 직접 집도했다. 게다가 예전에 그녀에게 도움받았던 두 가족이 신장 기증을 결정하면서 수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송 박사님,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 사시길 바랍니다.” 남을 구하는 건 의사의 가장 숭고한 사명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자신을 잘 살아내는 데 있다. 송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가치 없는 사람에게 다시는 내 마음을 주지 않을 거예요.” 임우진도 임도현도 그녀에게 이제는 큰 존재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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