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다른 한편.
바닷가에 선 강지영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멀리서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파도는 모래 위를 부드럽게 덮었다가 다시 천천히 물러났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함이었다.
“강지영 씨?”
등 뒤에서 낮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한 남자가 해산물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하얀 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은 그는 단정하고 깨끗한 인상이었다.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저는 정우빈입니다. 옆집에 살아요.”
그는 한 걸음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오늘 이사 오셨다고 해서요. 막 잡은 해산물인데 인사 겸 조금 가져왔습니다.”
강지영은 흠칫하더니 이내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었다.
“감사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괜찮습니다.”
정우빈이 자연스럽게 봉지를 내밀었다.
“남원의 해산물은 싱싱하기로 유명하죠. 새로 이사를 오셨다니 한 번 드셔보세요.”
과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의 태도에는 묘한 온기가 있었다.
결국 강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봉지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정우빈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 뒤쪽의 짐을 흘끗 봤다.
“짐 옮기는 건 도와드릴까요?”
“괜찮아요. 거의 다 정리했어요.”
“알겠습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편안한 걸음, 가지런한 어깨선이 눈에 남았다.
강지영은 한동안 정우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남원에 온 뒤, 처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이었다.
시간이 흘러, 강지영은 이 조용한 마을의 리듬에 점점 익숙해졌다.
바닷가 근처에 작은 꽃집을 열어 하루 종일 꽃을 다듬고 포장을 했다.
조용하지만 행복한 나날이었다.
가끔은 가게 문 앞 의자에 앉아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생각이 흩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곤 했다.
정우빈은 가끔 꽃을 사러 왔다.
어느 날은 해바라기, 또 어느 날은 연보랏빛 리시안셔스.
불필요한 말은 없었다.
간단히 인사를 한 뒤 계산을 하고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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