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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일주일 뒤, 박씨 가문의 매달 정기 가족 모임이 예정대로 열렸다. 박태형이 없어서 강지영은 혼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박태형의 어머니, 유현주는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었다. “태형이는 어디 있어?” 강지영은 고개를 숙였다. “일이 있어서 당분간 못 올 거예요.” 유현주는 코끝으로 웃음을 흘리고는 무슨 말을 하려 했다. 그때, 집사가 급히 달려와 연예 신문 한 장을 내밀었다. 1면을 장식한 건 요트 위에서 포옹한 채 입을 맞추고 있는 박태형과 배시우의 사진이었다. 탁! 유현주가 젓가락을 내리쳤다. 분노가 그대로 폭발했다. “강지윤! 당장 따라와, 서재로!” 문이 닫히자마자 유현주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졌다. “무릎 꿇어!” 강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쓸모없는 년! 남편 하나 제대로 못 잡아두고!” 유현주는 분노에 온몸을 떨었다. “지금 당장 전화해서 걔를 불러오든지, 아니면 벌을 받든지 선택해!” 강지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전화를 건다고 한들 박태형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그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그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혹시 박태형이 화라도 내면 양가의 협력은 틀림없이 깨질 것이다. “벌을 받겠습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지영은 고개를 들더니 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 “매를 드세요.” 유현주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벽에 걸린 채찍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강지영의 등을 내리쳤다. “앞으로도 그럴 거야?” 짝! “앞으로도 그럴 거냐고?” 짝! 채찍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살을 찢는 소리가 방 안에 메아리쳤다. 강지영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등이 타들어 가듯 아팠지만 끝내 고개를 저었다.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그녀의 의식은 완전히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강지영은 병원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등에는 두껍게 붕대가 감겨 있었고 곁에는 박태형이 앉아 있었다. 그는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너 괴롭히셨다면서. 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강지영은 힘없이 웃었다. “시우 씨랑 여행 중이었잖아요.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박태형의 눈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는 강지영의 창백한 얼굴을 보더니 간호사의 말이 떠올랐다. “박 대표님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까지 챙기는 거야.” ‘나를 그 정도로 사랑한다고?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차라리 벌을 받았다고?’ 이상한 감정이 가슴속에 고여왔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는 믿기지 않게도 병원에 머물렀다. 강지영은 괜찮다며 그를 돌려보내려 했지만 박태형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퇴원 날 아침. 회사에서 긴급 전화가 걸려 왔다. “급한 일 있어서 회의 가야 돼. 너 혼자 가.” 그는 그 말만 남기고 병실을 나갔다. 강지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느릿하게 병원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서던 중 한 남자와 부딪혔다. “앞을 좀 봐!” 상대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옷이 얼마나 비싼 건데! 이런 꼴로 다니면서 내 옷은 물을 수나 있겠어?” 강지영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꺼져.” 박태형이었다. 강지영은 그가 언제 차에서 내렸는지도 몰랐다. 박태형은 두툼한 현금다발을 그대로 그 남자의 얼굴에 던졌다. “이 정도면 되냐?” 남자는 욕을 하려다가 박태형의 옷차림과 분위기를 보고는 얼굴이 질려 도망쳤다. 박태형이 싸늘하게 강지영을 훑었다. “강지윤, 우리 집이 돈이 없어 뭐가 없어? 꼴이 이게 뭐야?” 강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친정에서는 돈 한 푼 받은 적 없었다. 박씨 가문에서 받은 블랙카드가 있긴 했지만, 그녀는 그걸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자신이 박태형의 진짜 아내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강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태형은 괜히 화가 치밀었다. 그는 그대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차로 끌었다. “옷 사러 가.” 백화점 안. 그는 값비싼 고급 의상들을 아무렇지 않게 골라내며 계산했다. 한 벌 한 벌이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강지영은 조용히 따라다녔다. 감정 하나 없는 인형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막 백화점을 나서려던 순간. “태형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배시우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알바 유니폼을 입은 채 눈가가 벌겋게 젖어 있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회사에서 회의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 “시우야...” 박태형의 얼굴빛이 변했다. “날 사랑 안 해도 돼...” 배시우는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해? 내가 괜히 돌아왔어. 두 사람 방해했지? 미안해...” 말을 마친 배시우는 고개를 돌리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시우야!” 박태형이 황급히 뒤쫓았다. 강지영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박태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속이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쾅!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백화점 높은 곳에 있던 유리창이 갑자기 깨지더니 그 파편이 곧장 배시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배시우는 신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그대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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