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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이번에 정윤재가 들고 나온 방식은 이전보다 훨씬 더 숨 막히고 끈질기어졌다. 화려한 선물도, 값비싼 향수도, 더 이상 그의 손에 들려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진심을 담은 ‘순애보’를 앞세웠다. 매일 정해진 시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그는 그녀 회사 앞이나 아파트 앞에 나타났고 손에는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예전처럼 고함을 지르지도 억지를 부리지도 않았다. 다만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고통과 애절함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우미가 그를 철저히 무시하고 지나치자 그는 옆 벽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살점이 찢기며 손등이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고 그 피 흘리는 손을 든 채, 그는 그녀의 차 앞으로 다가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우미야... 나 좀 봐줄 수 없어? 딱, 한 번만...” 예우미는 차 안에서 그 집착 어린 눈빛과 피 묻은 손을 마주 보며 속이 울렁거릴 만큼 혐오감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곧장 문을 잠그고 경찰을 불렀다. 그녀 눈에 비친 정윤재의 ‘깊은 사랑’은 과거의 방탕함보다 훨씬 더 끔찍했다. 그건 순애보가 아니라 도덕이라는 탈을 쓴 감정의 감금이자 정신적 학대였다. 정씨 가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평판도 나쁜 여자’ 하나 때문에 두 아들이 등을 돌리고 회사 업무까지 소홀히 하는 상황을 더는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이현은 사적인 일로 인해 회사에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정윤재는 아예 망나니처럼 날뛰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정도현은 두 아들을 본가로 불러들이고는 호통을 쳤다. “너희 둘 다 제정신이냐!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형제가 등을 지고 집안이 산산조각 나고 사업까지 말아먹고 있어! 당장 정리해! 아니면 너희 돈줄을 다 끊어버릴 줄 알아!” 예전 같았으면 그런 말에 두 아들은 한발 물러섰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이미 집착과 광기에 삼켜진 지 오래였다. 정이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짧게 답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간섭 마세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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