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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정이현과 정윤재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권력으로 압박했고 돈으로 유혹했으며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미친 듯이 집착하고 심지어 자해까지 불사하며 동정심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들이 쏟아낸 모든 감정과 행동은 예우미가 피눈물로 쌓아 올린 냉정하고 단단한 성벽 앞에서 모조리 부서져 내릴 뿐이었다. 남은 것은 무너진 자존심과 감당할 수 없는 절망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깨달았다. 이제 정말 끝났다는 걸. 그것은 예우미가 무정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그토록 스스로의 손으로 그녀가 마지막까지 간직했던 연민과 미약한 애정, 그리고 그녀의 존엄과 인생을 함께 짓밟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황혼 녘. 정이현은 예우미의 아파트가 내려다보이는 거리 한켠에 차를 세운 채, 내리지도 못하고 흐릿하게 번진 차창 너머로 따스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또 한 번, 수없이 눌렀다가 꺼버렸던 그 번호를 다시 눌렀고 예상대로 냉랭한 ‘통화 불가’음만이 허공에 울렸다. 조용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그는 비를 맞으며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고급 맞춤 정장은 이미 젖어 들러붙었고 젖은 머리카락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비는 차가웠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눈을 감았다. 혹시 이렇게라도 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고통이 조금은 씻겨 내려갈까 싶었다. 그때, 맞은편 도로에 한 대의 스포츠카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고 문이 열리자 정윤재가 뛰쳐나왔다. 그 역시 온몸이 젖은 채였고 미친 듯한 눈빛 속에서 마지막 희망의 불씨 하나를 꺼내 쥔 사람처럼 보였다. 두 형제의 시선이 빗속에서 맞닿았다. 대화도 욕설도 주먹다짐도 없었다. 서로의 눈 속에서 그들은 끝없는 절망과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을 마주했다. 그리고 말없이 거의 동시에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빗속을 지나 예우미의 아파트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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