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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현 오빠!” 박경하는 겁에 질린 얼굴로 그의 등을 더듬으며 울먹였다. “괜찮아? 많이 아파? 우리 지금 당장 병원 가자!” 정이현은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끝까지 침착하려 애썼고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오히려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 “괜찮아, 그냥 좀 덴 거야. 너 오랜만에 나와서 이렇게 즐겁게 놀고 있는데 분위기 망치면 안 되잖아.” “안 돼! 꼭 병원 가야 돼. 지금 당장!” 박경하는 단호하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예우미의 가슴엔 싸늘한 통증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나 갈게.” 의자에서 일어나 돌아서려던 순간, 정이현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어디 가?” 목소리엔 따지듯 날이 서 있었다. “집에. 왜? 같이 갈래?” 그녀의 입가엔 비웃음처럼 조롱이 스쳐 지나갔다. 정이현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끝의 힘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마침내 굳게 다문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가.” 예우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돌아섰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은 채 걸어 나갔다. 남은 사람들 사이엔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누군가가 이를 깨듯 말했다. “이현 형, 우미가 질투한 거잖아요. 빨리 가서 달래줘요!” 정이현은 문 쪽을 한참 바라보다 이마를 찌푸리며 짧게 대답했다. “신경 쓰지 마. 금방 괜찮아질 거야.” 예우미는 홀로 아파트로 돌아왔다. 의외로, 그날 밤은 정이현도 정윤재도 돌아오지 않았다. 모처럼 찾아온 조용한 밤이었지만 마음은 단 한 순간도 평온하지 않았다. 불 꺼진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뒤척이던 그녀는 결국 새벽이 오도록 잠들지 못했다. 그때, 휴대폰이 날카롭게 울렸다. 정이현의 이름이 화면 위에서 번쩍였다. “예우미, 지금 당장 조은 병원으로 와!” 그의 목소리는 급박했고 차가웠다. 대답할 틈도 없이 전화는 끊겼고 설명 없는 불안이 가슴 깊숙이 차올랐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지도 못한 채 그녀는 결국 급히 옷을 걸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응급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정이현이 달려와 그녀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박경하가 교통사고를 당했어!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고! RH-형인데 혈액이 부족하대! 너랑 같은 혈액형이잖아, 빨리 헌혈하러 가!” 예우미는 순간 얼어붙었다. “지금 그 말 하려고 나를 부른 거야?” 믿기지 않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고 정이현은 냉정하게 되물었다. “그럼 박경하가 죽는 걸 그냥 보고 있을 거야?” 그의 말은 단호했고 그녀가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손목을 거칠게 끌어 채 채혈실로 향했다. “싫어! 정이현, 놔! 나 안 해!” 그녀는 온몸으로 버텼지만 그의 힘은 너무 강했다. 공포와 분노에 휩싸인 채 끌려간 예우미는 끝내 의자에 눌려 앉혔다. 차가운 바늘이 팔에 꽂히고 붉은 피가 천천히 빠져나갔다. 몸속이 비워지는 기분에 손끝이 싸늘해졌다. “이현 씨, 이미 천cc나 뽑았어요. 이 이상은 위험해요!” 간호사가 외쳤지만 정이현은 단단히 굳은 얼굴로 말을 잘랐다. “안 돼. 경하는 응고 장애가 있어. 혹시 몰라, 더 뽑아.” “이러다 이분 쓰러진다니까요!” 그러나 그의 시선은 오직 붉은 불빛이 켜진 수술실 문에만 박혀 있었다. 그 눈빛에는 망설임조차 없었다. 차가운 바늘이 그녀의 혈관을 더 깊이 파고들고 세상은 점점 어두워졌다. 몸이 얼어붙는 듯 차가워지던 순간, 예우미는 결국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병실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손등엔 링거가 꽂혀 있었고 공기엔 짙은 소독약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 옆에는 정이현이 앉아 있었다. 잠시, 그녀는 혹시나 걱정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가 입을 열자 들려온 건 날 선 냉기뿐이었다. “예우미, 네가 이런 애인 줄은 몰랐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갈라져 있었다. “너, 그렇게 악독한 사람이었어? 박경하 차 브레이크에 손댔다며? 그렇게까지 해서 그 애를 죽이고 싶었어?” 예우미는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그런 짓을...” “박경하가 직접 말했어.” 그의 눈빛은 매서웠고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날 너만 그 차 근처에 갔잖아. 증거도 있어. 이제 와서 발뺌하지 마.” 그 순간, 예우미는 직감했다. 이건 또다시 박경하가 짜 놓은 판이었다. 그리고 정이현은 망설임조차 없이 그녀 대신 박경하를 믿은 거였다. “나 아니야.” 입술이 떨리면서도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정이현의 얼굴에는 단 1%의 믿음도 없었다. 그의 눈은 이미 그녀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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