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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강준혁은 평생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냉랭하고 무정하며 욕망을 억제한 채, 언제나 차분하고 엄숙했다. 그의 진심을 읽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양진성이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대표님이 사모님께 겉으로는 까다롭게 구시지만... 사실 조금 특별하게 대하시는 게 느껴집니다.” 처음 강준혁이 양진성에게 지분 계약서를 안신혜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을 때, 양진성이 받은 충격은 지금 안신혜가 느끼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앞의 여자는 언론과 연예계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소문에 따르면 높은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수많은 남자들과 얽혔고 부정한 관계로까지 연결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런 여성에게 강준혁이 진심을 쏟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이라면 강아름이 많이 따르고 있다는 것과 강아름의 친모와 이름이 같다는 것 정도였다. 처음에는 양진성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어쩌면 강준혁은 이 여자를 통해 잃어버린 안씨 가문의 아가씨를 떠올리고 있는 게 아닐까. 오래 전, 강아름의 친모를 잃었을 때 강준혁은 거의 미쳐서 모두를 함께 망하게 하려 했으니까. 지금은 단순히 대리인을 통해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진성은 말을 이었다. “대표님... 사실 사모님을 많이 신경 쓰고 계세요.” 안신혜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강준혁이 날 신경 쓴다고?’ 하지만 머릿속에는 강준혁이 자신에게 쏟았던 분노와 모진 말이 스쳐갔다. 강준혁이 그녀를 바라볼 때의 혐오와 냉정, 경멸 섞인 눈빛은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그 감정 때문에 안신혜는 그의 앞에 자유롭게 나타날 수도 없었고 저택에 남겨진 것도 단지 강아름을 돌보게 하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안신혜는 생각했다. 만약 자신과 강아름 사이의 천부적인 모녀 유대가 없었다면, 만약 강아름이 절실히 곁에 있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강준혁은 단 1초도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진성의 말에 안신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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