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안재희의 얼굴 위로 꾹 눌러 담겨 있던 분노가 금세 터질 듯 일렁이다가 곧 조롱이 섞인 냉소로 뒤바뀌며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잡것이야? 권 대표님, 언제부터 회사가 연예인을 키우는 기획사가 아니라 쓰레기장이라도 된 건가요? 이런 지저분하고 천한 것들이 어떻게 이 안을 들락거릴 수 있는 거죠?” 권 대표는 황망한 표정으로 그녀 곁에 조용히 서 있던 안신혜를 돌아보며 당혹스럽게 물었다. “이 아이는 대체 무슨 일로 여기에 있죠?” 그러자,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강아름이 발끈하며 외쳤다. “더러운 건 아줌마예요! 이모를 괴롭히는 나쁜 아줌마!” 평소에도 아이를 썩 좋아하지 않았던 안재희는 눈앞의 작은 애벌레 같은 이 아이가 안신혜의 다정한 손길을 받으며 꼭 붙어 있는 모습이 더더욱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런 잡종 같은 게 어디서 입을 놀려? 여긴 네가 놀이터인 줄 아니? 당장 꺼져!” 그 가시 돋친 독설에 안신혜의 눈빛이 순식간에 얼음처럼 식으며 가라앉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아이를 품 안에 끌어안으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만 더 이 아이한테 그런 말 해봐. 나도 더는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강아름 역시 기세등등하게 안신혜의 다리에 얼굴을 기대며 귀엽게 혀를 쏙 내밀고 응수했다. “나쁜 아줌마! 이모 말 들었죠? 또 나쁜 말 하면 나도 진짜 안 참을 거예요!” 그 말에 안재희의 화려한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눈동자엔 독기와 조소가 뒤섞여 꿈틀거렸다. “권 대표님, 이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저런 애송이랑 저 여자까지 당장 내쫓으세요! 여기가 무슨 동네 놀이터예요? 개나 소나 들여보내게?” 그러나 안신혜는 아이의 작은 손을 더욱 꼭 쥐며 비웃음 섞인 말을 내뱉었다. “정말로 이 아이까지 내쫓을 생각이야?” 이 아이는 다름 아닌 강준혁의 딸이었다. 안재희가 강준혁과 어떤 관계였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녀가 이 아이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어딘가 이상하고 어색했다. 강아름은 당차게 고개를 바짝 들며 또박또박 외쳤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