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안신혜는 방심한 채 서 있다가 그녀에게 세게 밀려 몸이 휘청거렸고 자칫하면 넘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송하영이 재빨리 잡아줬다. “안재희, 지금 뭐 하는 거야?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폭력이라도 행사하게?” 송하영의 분노한 목소리가 정원에 울렸지만 당사자인 안신혜는 숨을 고르며 차분하게 말했다. “재희야, 무슨 오해가 있었나 본데 내가 일부러 이럴 리 없잖아. 게다가... 네가 여기서 도우미로 일하는 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녀의 눈빛은 또렷하고 표정은 담담해 오히려 억울해 보일 정도였다. 안재희는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꼭 쥐었고 수치심과 분노가 한꺼번에 몰려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 들었다. “가식 떨지 마! 술을 내 온몸에 퍼부어놓고도 실수라고? 네가 감히...” 안신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의 말을 딱 잘라버렸다.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한쪽은 차분하고 결백해 보였고 다른 한쪽은 흥분해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으니 현장 분위기는 점점 안신혜 쪽으로 기울었다. 곧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다. “맞아요! 신혜 씨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안재희 씨가 술 나르는 도우미인걸.” “그러니까요! 방금 사과도 했잖아요.” “톱스타라는 사람이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창피하지 않아요?” “설마 여기 잠입이라도 한 거예요? 아니면 진짜로 도우미 체험이라도 하시는 건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목소리에 안재희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닥쳐!” 그녀는 이성을 잃고 사람들에게 외쳤다.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너희들이 알아서 뭐 하게!” 그때, 어디선가 차가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제가 묻는 건 괜찮으신가요?”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서 송승현이 들어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 구역 ‘보스’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자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길을 비켰다. 안재희는 이를 악물고 안신혜를 노려봤지만 송승현의 시선은 곧장 그녀에게 꽂혔다. 그리고 표정에는 노골적인 혐오감이 드러나 있었다. “안재희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