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화

아까 성가연이 말했던 그대로였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심유준은 얼굴을 굳히고 도강우에게 다시 물었다. “강우야, 너 다인이랑 지금 같이 살고 있는 거야?” “오빠, 오늘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임다인은 얼굴을 붉히며 심유준을 흘겨보더니 발을 구르기까지 했다. 지금 이 분위기에서 두 사람이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해봤자 누가 믿겠는가. 그러자 심유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말투도 점점 직설적으로 바뀌었다. “너 아직 하윤이랑 이혼도 안 했잖아. 그런데 다인이랑 같이 사는 건 뭐냐?” “오빠!” 임다인이 또 한 번 그를 흘겨보며 말을 막았다. “강우는 지금 언니랑 이혼 절차 진행 중이야. 서류도 이미 접수했어.” “진짜야?” 심유준은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 최근 도영 그룹 쪽에서 떠도는 루머들을 생각하면 그 말을 쉽게 믿기 어려웠다. 임다인은 얼굴을 더 붉히더니 억지로 웃으며 그를 집 밖으로 밀었다. “오빠, 시간이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 강우랑 나는 알아서 할게.” 그렇게 심유준을 차에 태워 보낸 뒤 임다인은 곧장 도강우 쪽으로 뛰어갔는데 그가 잔뜩 굳은 얼굴로 서 있는 걸 본 순간, 임다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강우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고 잠시 침묵하던 도강우는 곧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그런 말을 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내가 하윤이한테 선물 보낸 건 공철민 어르신께서 꼭 전달하라고 하셔서였어.” 물론 그중 시계 하나는 그가 우연히 구한 건데 심하윤에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 보낸 거였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예의이자 작은 보상이었다. 임다인은 당황해서 표정이 굳었다. “난 그냥 강우 너랑 언니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고 언니가 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랬어...” 그렇게 말하던 임다인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나 요즘 심씨 일가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 큰오빠랑 둘째 오빠도 날 싫어해. 이러다가 분명 날 엉망인 집안에 시집보내려고 하겠지. 강우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