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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데?! 신도운, 저 사람이 나 모욕하는 거 안 보여?!” 원시아는 로비 한가운데 서서 분노를 터뜨렸다. 조금 전, 날카로운 연고 포장지가 손바닥을 스치며 찢어졌고 붉은 피가 손끝을 타고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도운은 지금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예전에는 원시아가 재채기 한 번만 해도 걱정하던 사람이 말이다. 그의 시선은 오직 우는 연기를 하고 있는 고현지에게만 향해 있었다. 신도운이 원시아에게 이렇게 차가운 얼굴을 한 건 결혼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현지는 그냥 솔직한 거야. 그리고 틀린 말한 것도 아니잖아. 원시아, 예전에는 그렇게 순하고 착하더니, 애 하나 낳았다고 왜 이렇게 변했어? 사람들 앞에서 소리 지르고 쓸데없는 말이나 퍼뜨리고....” 이마를 찌푸린 채 신도운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내뱉었다. “무슨 행패 부리는 아줌마 같아.” 남편의 말은 날이 선 칼처럼 원시아의 심장을 찔렀다. 그리고 비틀어 돌리며 그녀가 그동안 의지하고 믿어왔던 모든 것을 산산조각냈다. 고현지는 승리자의 미소를 띤 채 신도운의 팔짱을 끼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아직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크게 떠드는 목소리가 로비까지 울려 퍼졌다. “역시 도운 씨야.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하마터면 저 아줌마한테 당할 뻔했잖아.” “장난꾸러기 같으니라고. 그 연고, 원시아한테 알레르기 일으키는 거지?” “들켰네... 몰라, 콘돔 열한 개만 썼잖아. 내기에서 지면 사모님은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응. 내기는 내기니까 진 사람이 승복해야지.” 원시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키득키득거리는 주변 사람들 속에서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그녀는 곧바로 고열에 시달렸다. 열이 펄펄 끓어 의식이 흐릿한 와중에 가사 도우미가 신도운에게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사모님 열이 40도예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고 짜증이 가득 묻어 있었다. “해열제 먹이세요. 이런 사소한 일로 전화하지 마시고요.” 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정말 미안하네... 고현지와의 좋은 시간을 방해해서.’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리려고 보니 눈물은 어느새 말라버린 뒤였다. 문득 임신을 준비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한 번 미열이 난 적이 있었는데 신도운은 어디서 들었는지 해열제가 몸에 안 좋다며 약을 먹이길 거부했었다. 그래서 한겨울에 스스로 얼음물에 몸을 담근 뒤, 그녀의 이불 속으로 들어와 체온을 낮춰줬다. 꼬박 하루 밤낮을 그렇게 버텼고 원시아의 열이 내린 뒤에는 신도운이 쓰러져 앓아누웠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그녀를 돌보던 남자는 이제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렇게 원시아는 사흘 내내 열에 시달렸다. 사흘째 되는 아침,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떴을 때 신도운이 침대 옆에 앉아 천천히 그녀의 몸을 마사지하고 있는 게 보였다. 원시아를 위해 일부러 마사지를 배운 적이 있었는지라 손길은 여전히 부드럽고 능숙했다. 그 온기에 온몸이 쑤시던 것이 한결 가라앉는 듯했다. 순간 원시아는 지난 이틀간 냉혹하던 남자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여전히 신도운은 모두가 부러워하던 ‘아내 바라기’인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차가운 연고가 피부에 발라지며 원시아의 몸이 움찔 떨렸다. “깼어? 이 흉터 연고는 현지가 일부러 구해온 건데 안 쓰면 현지가 상처받을 거야.” 신도운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손가락에 연고를 묻혀 다정하게 발라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 속 깊숙이 숨겨진 혐오가 단숨에 원시아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치워! 신도운, 이 약 알레르기 일으키는 거 알잖아!” 몸부림치며 밀어내려 했지만 쇠약해진 몸은 신도운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유난 떨지 마. 좋은 약은 쓰기 마련이야. 부작용 조금쯤은 참아.” 신도운은 억지로 원시아의 온몸에 연고를 발라놓고서야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현지 축하 파티에 가야 하니까 드레스 갈아입어.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준비해.” 몸은 축 늘어졌고 몸부림친 탓에 열은 더 심해져 시야가 까맣게 흔들렸다. 원시아는 힘겹게 말했다. “안 가... 나 아파.” 하지만 신도운은 담담히 대꾸했다. “그래, 그럼 마스크 잘 쓰고 가. 현지한테 옮기면 안 되잖아.” 말을 마치자마자 신도운은 욕실로 들어가 손을 여러 번 씻었다. 쏟아지는 물소리가 세차게 가슴을 두드리는 것 같아 원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남편의 혐오와 고현지를 향한 그 과한 애정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원시아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지조차 이제는 알 수 없었다. 몸은 마비된 듯 힘이 없고 가슴은 답답하게 조여 왔다. 원시아는 감정도 저항하는 것도 잊은 인형처럼, 가사 도우미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옷을 갈아입고 차에 실렸다. 그렇게 잠시 후, 파티장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현지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어머, 사모님. 오늘 입은 드레스... 사모님한테 정말 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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