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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원시아는 그제야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어떤 모습인지 깨달았다. 살빛에 가까운 연분홍색의 몸에 밀착되는 짧은 드레스, 몸매를 죄어 조이는 디자인 탓에 아직 회복되지 않은 허리와 배가 그대로 드러났고 드러난 팔과 허벅지에는 튼살이 빼곡했다. 게다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연고까지 발라져 있어 그 자국들은 점점 더 짙어지고 붉게 부어오르며 살을 파고드는 듯한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했다. 본능적으로 긁어대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보기 흉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원시아는 필사적으로 참아야 했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속삭임은 실체라도 있는 것처럼 귓속으로 파고들어 그녀의 신경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세상에, 저 사람이 신 대표님 부인이라고? 너무... 못생긴 거 아니야?” “진짜 끔찍하다. 임신하면 머리도 같이 나빠진다더니, 옷 고르는 감각까지 사라진 거야? 나라면 저런 여자는 절대 안 둬. 현지 씨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 “그러게. 신 대표님이 현지 씨를 얼마나 아끼는데. 현지 씨 자리 잡게 하겠다고 몇조 원을 들여 수천억짜리 계약을 따내 줬잖아... 손해 보고도 축하 파티까지 열어줬다니까!” 몸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붙잡은 채 원시아는 수많은 하객과 언론의 시선 한가운데 서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신도운이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만해. 오늘은 현지에게 있어 중요한 날이야. 일부러 널 초대했고 네 드레스도 직접 골라줬어. 제멋대로 굴 생각은 하지 마.” “이거 놔! 신도운, 저 여자는 일부러 나한테 망신 주려는 거야....” 하지만 원시아가 아무리 말해도 신도운은 손을 놓지 않았다. 공개석상에서 더 큰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이를 악물고 끌려다니며 고현지의 들러리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파티장에서 신도운은 고현지에게 세 가지의 큰 선물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신해 그룹 지분 11%, 원시아에게 결혼 예물로 준 10%보다 정확히 1%가 더 많았다. 두 번째는 인천 경매장에서 낙찰된 60억 원 상당의 최상급 보석이었다. 불과 며칠 전, 원시아가 SNS에 올리며 마음에 든다고 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마지막은 한 약속이었다. “앞으로 신해 그룹에서 저는 고현지와 나아가며 영광과 부를 함께 누릴 것을 약속합니다.” 그러고는 고현지를 바라보며 다정한 눈빛으로 덧붙였다. “이제 네 말은 곧 내 말이야. 신해 그룹 직원들은 모두 네 지시에 따르게 될 거야... 기쁘지?” 고현지는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겉으로는 조심스러운 척 말했다. “이러면 안 되지 않을까? 사모님이 화내실 텐데...” 그러자 신도운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괜찮아. 시아는 가정을 맡고 넌 회사를 맡는 거니까. 서로 방해될 일 없어.” ‘방해될 일이 없다니?’ 이 노골적인 양다리 선언에 하객들과 기자들은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곧 원시아에게로 향했고 조롱이 묻은 표정이 하나둘 드러났다. 가정과 거대한 신해 그룹을 비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때문에 신도운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는 더 볼 것도 없이 분명했다. 원시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살을 베어내는 듯한 시선을 묵묵히 견디며 고개를 들지 않았다. 등 뒤로 숨긴 손은 이미 손바닥이 피로 얼룩질 만큼 세게 움켜쥐어져 있었다. 파티 도중, 신도운은 고현지를 데리고 인사를 다니러 나갔고 원시아는 2층의 작은 휴게 공간으로 몸을 피했다. 다시 치솟은 체온과 온몸을 뒤덮는 극심한 가려움에 그녀는 지쳐 있었고 소파에 몸을 기대자마자 거의 정신을 잃듯 잠에 빠져들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한 가운데 신도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늘 그렇듯 부드럽고 세심한 목소리를 한 채 차가운 수건으로 원시아의 이마를 닦아주며 그가 말했다. “이렇게 아프면... 너무 걱정되잖아.” 오랫동안 신도운의 보살핌에 익숙해진 원시아는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몸을 기댔지만 이내 귀를 찌르는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도운 씨, 사모님을 너무 아끼는 거 아니야? 나 질투 나.” “미안해... 그럼 나랑 할까?” “아이, 짓궂긴. 아내가 바로 옆에 있잖아!” “괜찮아. 이미 깊이 잠들었거든...” 잠시 후, 천이 스치는 소리와 여자의 신음소리가 원시아의 귀를 파고들었다. 악몽에 빠진 듯 그녀는 눈을 뜨고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끝내 깨어날 수 없었다. 그 끔찍한 시간이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고 거의 기절 상태에 이르러서야 신도운은 만족한 듯 멈췄다. 그러고는 원시아를 안아 올리며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시아야, 집에 가자.” ‘집에... 집에 가자고? 절대 신도운네 집에는 안 가!’ 익숙한 품에 안긴 채 원시아는 달콤하면서도 느끼한 향을 맡았다. 고현지가 뿌리던 싸구려 향수와 똑같은 냄새였다. 속이 뒤집히듯 울렁거려 그녀는 몸을 비틀며 중얼거렸다. “신도운... 나 원씨 가문으로 돌아갈래...” 그 말에 신도운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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