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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이전 연애가 유진 씨한테 큰 상처를 남겼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그동안은 내 감정도 최대한 누르고 있었어요. 하지만 유진 씨, 난 하재호가 아니에요. 유진 씨를 다치게 하진 않아요. 지금 당장 대답해 줄 필요 없어요. 부담도 갖지 마요. 유진 씨가 친구로 지내는 게 더 편하다면 그걸로도 괜찮아요. 다만 내가 유진 씨를 좋아할 자유까지 빼앗지만 말아줘요.” 그의 말에는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언젠가 유진 씨가 다시 누군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그때 나를 한 번쯤 떠올려줄 수 있을까요?” 진심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법이다. 그 순간, 강유진은 허재열에게서 예전의 자신을 보았다. 누군가를 향해 서툴게 마음을 내어주던 그때의 자신 말이다. 그래서 그를 더 아프게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재열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포옹 한 번 해도 될까요?” 강유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그때의 ‘자신’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허재열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며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 허재열 남매를 보낸 뒤, 강유진은 잠시 밖에서 찬 바람을 쑀다. 얼굴에 닿는 차가운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주자 천천히 집으로 돌아설 준비를 했다. 강 건너편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밤하늘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올해 설날은 드물게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강가 양쪽에서 불꽃이 터졌지만 건너편의 불꽃이 훨씬 화려했다. 강유진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 바라봤다. 그때 서동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에서 서동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강유진도 인사를 건넸다. “불꽃놀이 보고 있지?” “네? 어떻게 알아요? 내가 보고 있는 걸?” 서동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그럴 것 같아서.” “설마 강 건너 불꽃이 선배가 터뜨린 거예요?” “정답. 뭐, 상이라도 줘야 하나?” 강유진은 흠칫하다가 다시 물었다. “진짜로 선배가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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