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왜 날 봐? 빨리 가!”
주승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프로젝트 못 성사시키면 너는 둘째 치고 나까지 잘릴 판이야!”
서현아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주저 없이 말했다.
“노 이사님한테 부탁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럼 빨리 가!”
이전 워크샵 때 서현아는 은근히 노윤서에게 잘 보이려 애쓴 적이 있었다. 둘 사이에는 나름의 친분도 있었다.
그래서 서현아가 노윤서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나도 재호 만나러 가려던 참이었어. 이 서류는 내가 처리해 줄게.”
“정말 감사합니다, 노 이사님!”
서현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를 표했다.
“같은 동료끼리 뭘 그렇게 예의를 차려. 나중에 나도 네 도움이 필요할지도 몰라.”
노윤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서현아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노윤서가 하재호를 찾으러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그는 방금 온라인 회의를 마친 상태로 얼굴이 무척 어두웠다.
노윤서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그대로 밀고 들어가려다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발걸음 멈췄다.
“강 비서, 커피 한 잔 타 줘.”
노윤서는 잠시 멈칫했지만 말없이 사무실을 나가 커피를 준비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하재호는 여전히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커피를 내밀자 하재호는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살짝 젓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늘 커피 맛이 왜 이래?”
그제야 온 사람이 강유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별로야?”
노윤서는 살짝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하재호는 잠시 침묵했다.
“...아니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커피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눈길을 살짝 돌리며 물었다.
“왜 네가 가져왔어? 강 비서는?”
하재호의 미간은 여전히 찌푸려져 있었고 말투에서도 짜증이 배어 나왔다.
“퇴근한 것 같아.”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춘 하재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또 칼퇴근이라니...’
그 말은 마음 한켠에 묘한 답답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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