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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강서영의 질문에 강유진은 순간 얼어붙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창피함이 몰려왔고 하재호의 표정을 차마 바라보지도 못했다. 혹시 오해라도 살까, 아니면 진실이 드러나버릴까 두려움이 목을 죄어왔다. 다행히도 하재호는 능숙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어요.” 강유진의 심장이 순간 움켜쥐듯 조여왔다. ‘그저 깊이 생각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애초에 결혼 같은 건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걸까...’ 그 순간, 더 이상 연기를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그때 하재호가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말했다. “유진이가 어떤 예식을 원하는지 봐야죠.” 강서영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자 강유진은 서둘러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리듯 답했다. “전통식으로요. 절차도 있고 의미가 깊잖아요.” 강서영의 얼굴은 금세 설렘으로 물들었다. “맞아. 나도 전통 혼례가 훨씬 좋아. 한복 곱게 차려입고 예식 올려야 예우 받는 기분이 들지.” 하재호는 여전히 강서영과 담담히 대화를 이어갔지만 강유진의 마음은 이미 멀리 떠나 있었다. 다행히 그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하재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유진은 속으로 깊게 안도했다. 그러나 반응할 틈도 없이 강서영이 재촉했다. 연기는 끝까지 해야 했다. 강유진은 억지로 미소를 띠며 하재호와 ‘아쉬운 척’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병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단숨에 굳어버렸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재호는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웃음 속에는 분명한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 “다 이용하고 버리는 건, 누구한테 배운 거야?” 강유진은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 “사회생활 시작할 때부터 대표님 따라다녔는데, 누구한테 배우겠어요?” “내가 가르쳐 준 게 그것뿐이 아닌데...” 강유진은 이제 더 이상 열여덟 살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남자의 말 속에 담긴 은근한 의미쯤은 충분히 알아들을 나이가 됐다. 하지만 대꾸할 틈도 없이 하재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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