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주채은이 강유진에게 뜨거운 물을 따라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언니, 괜찮아요?”
“괜찮아. 아직 버틸 수 있어.”
강유진은 뜨거운 물을 마시고 나서야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밖에 상황은 어때?”
“다 괜찮아요.”
주채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언니부터 좀 챙기세요. 얼굴에 혈색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 먼저 가서 일 봐. 난 잠깐 쉬고 있을게.”
강유진은 혹시 외부에서 도움이 필요할까 봐, 주채은을 먼저 내보내려 했다.
“알겠어요. 필요하면 바로 부를게요.”
주채은이 떠나자 강유진은 벽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리려 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하재호였다.
전화기를 받으며 피곤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대표님.”
“어디야?”
전화 너머로도 강유진은 그의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이에요.”
“빨리 와.”
강유진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하재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말 한 마디 더 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는 듯했다.
강유진은 깊게 숨을 고르고 정신을 추스른 뒤, 다시 움직였다.
손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하재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사업과 사랑을 모두 얻은 자의 여유가 묻어났다.
강유진이 나타나자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드레스를 입지 않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손님이 있는 자리라 말은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들어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재호가 전화를 걸었던 이유도 이 순간을 대비한 것이었다.
술을 대신 막아 달라는 신호.
예전이랑 다를 거 없는 관계였다. 부르면 오고 보내면 가는 단순하고 명확한 규칙이었다.
강유진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
“대표님, 위가 좀 아파서요.”
하재호는 미간을 더 찌푸리며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몰랐다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
“이분은 화랑홀딩스 민 대표야.”
자본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니, 체면을 세워야 하는 자리였다.
강유진은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들어 올렸다.
말투와 동작은 예전과 같았다. 이미 근육 기억처럼 몸에 새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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