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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아찔한 순간이었다. 강유진은 흩날린 외투를 추스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가끔은 남자가 옷 한 벌만도 못한 존재일 때가 있다. 적어도 이런 한겨울 밤, 옷은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기라도 하니까. 와인의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집 앞에 도착했을 땐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문 앞에 기대어 한참을 씨름하다가 겨우 열쇠를 꽂았다. 다행히 오늘은 열쇠를 챙겼다. 아니었더라면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불편은 다 하재호 때문이었다. 하재호만 아니었다면 굳이 도어락을 바꿀 일도 없었고 매번 귀찮게 열쇠를 챙길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술을 많이 마시면 입이 바싹 마르기 마련인데 냉장고엔 물 한 병조차 없었다. 강유진은 술을 마신 후엔 반드시 얼음물로 갈증을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었다. 결국 배달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강유진은 아무 의심도 없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 앞에 서 있는 건 배달원이 아니었다. “...하재호?” 그녀가 반사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순간, 하재호는 다리를 밀어 넣어 문을 막아섰다. 복도 불빛 아래 그의 넓은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강유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손이 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바로 부드럽지 않은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거친 숨결과 함께 퍼져나온 술 냄새. 분명 또 파티에서 노윤서를 위해 잔을 비웠을 터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강유진은 속이 뒤틀렸다. 순간적으로 손이 올라가 하재호의 뺨을 내리쳤다. 소리가 찰지게 울렸지만 술기운에 힘이 실리지 못해 그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오히려 그의 본능만 자극했을 뿐이었다. 하재호는 늘 이런 순간 강압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그녀가 취해 있는 상태였다. 강유진은 버티기 힘들었고 몸이 침대에 내던져지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그녀를 짓눌렀다. 오늘 밤의 하재호는 평소보다 훨씬 거칠었다. 공격은 무자비했고 그의 손길은 이미 그녀의 약점을 속속들이 파악한 듯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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