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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암위들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빨리 심문하다니? 그들은 천매문의 자객들이 절대 자기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어떤 수단도 그들의 입을 열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왕야와 소서도 그들에게 고문하라는 명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고문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비가 심문한다는 말에 그들은 사실 큰 희망을 품지 않았고 그저 그녀가 직접 자객과 접촉하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그녀는 자객과 접촉하지도 않았는데 그를 심문했다. 암위는 탁자와 의자를 옮겨왔고 종이와 붓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낙청연은 자리에 앉은 뒤 자객이 진술한 부씨 일가의 죄증들을 하나하나 적었다. 한 장을 꽉 채우자 낙청연은 저릿한 손목을 주물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의 옆에 암위 여럿이 서 있었다. “왜 날 보고 있는 것이냐? 가서 일들 보거라.” 암위들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났다. 낙청연은 계속해 자객의 진술을 받아적었다. 벽해각 말고도 그는 사람으로서 못 할 짓을 참 많이도 했다. 그가 죽인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너희들이 원한 것은 경수의 손에 들어있는 물건일 뿐이었다. 너는 무공이 뛰어나니 경수 한 사람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 터인데 왜 굳이 벽해각 전체를 없애려 한 것이냐?” 자객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보았소. 하지만 벽해각의 사람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부만쟁은 결국 화를 못 이겨 벽해각 전체를 파멸시켰소.” 그 대답에 낙청연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이토록 정신이 나갔을 줄은 전혀 상상치 못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뒤에 이어진 말이었다. 태부부의 사건은 그들이 한 짓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낙 태부가 가지고 있던 야명주가 욕심나서였다. 노부인이 죽고 난 뒤 야명주는 그녀와 함께 땅에 묻혔다. 그래서 그들은 그 땅을 사서 무덤을 옮긴다는 이유로 야명주를 훔칠 생각이었는데 낙씨 가문은 그들의 제의에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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