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가정 법원으로 향하는 길, 김성준은 내가 차에서 뛰어내릴까 봐 내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연아야, 딱 한 달 만이야. 내가 약속할게.”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살짝 뿌리쳤다.
그러자 김성준은 다시 억지로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나랑 지아는 이 일을 공개할 생각이 없어. 결혼식도 안 할 거야. 다른 사람들은 모를 거야. 그러니까 너는 여전히 김씨 가문 안주인이야.”
나는 속으로 이 일을 어떻게 크게 벌일지 계산했다.
일이 커지기만 하면 그가 나를 강제로 어쩌지 못할 것이다.
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몰래 문자를 보냈다.
연락처 목록에는 ‘조 기자’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3년 전, 그는 김성준의 추악한 스캔들을 폭로했다가 강진 그룹의 보복을 받을 뻔했지만 내가 막아 준 적이 있었다.
그는 김성준에게 불만이 많았고 나에게 빚진 것도 있었다.
드디어 가정 법원 문 앞에 도착했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기자 몇 명이 몰려왔다.
“김성준 씨, 가정 법원에는 이혼하러 오신 건가요? 어제 유지아 씨와 공식 발표를 하셨던데, 이제 정식 배우자 자리까지 주려는 건가요?”
“사모님, 남편이 바람피운 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그동안 그렇게 오래 참으셨으면서 왜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신 거죠?”
김성준은 멍하니 굳어 버렸다. 이렇게 폭로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얼어붙고 말았다.
나는 그의 팔을 잡고 품위 있게 미소 지었다.
“오해하신 거예요. 우리는 이혼하러 온 게 아니에요. 오늘이 저희 결혼 10주년 기념일인데 여기서 옛 추억을 되살리러 온 것뿐이에요...”
김성준의 팔이 순간 뻣뻣해졌다.
몇 초가 지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린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기자들은 당황한 채로 질문을 이어 갔다.
“그럼 유지아 씨는...”
“유지아는 성준 씨 회사에서 새로 계약한 배우예요.”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열애설은 새 드라마 홍보를 위한 거고요. 그렇죠, 성준 씨?”
김성준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나는 틈을 타 그의 팔을 붙잡고 차 안으로 돌아가려 했다.
바로 그때,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악! 누가 뛰어내리려고 해요!”
가정 법원 맞은편 오피스텔 옥상에 흰 그림자가 서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유지아였다.
순간 마음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망했다. 이번 일은 쉽지 않겠어.’
예상대로 김성준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지아야,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유지아는 김성준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준 오빠, 난 오빠 없이는 살 수 없어...”
김성준은 안절부절못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내려와! 이혼할게! 지금 당장 이혼할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연아야, 들어가서 이혼해!”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가 일제히 돌아와 창백한 내 얼굴을 비췄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