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세 사람은 며칠 동안 침묵했다. 은성미는 경원시의 두 번째 가게를 개업했다. 세 사람은 꽃을 보내며 은성미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어린 은수호도 능숙하게 손님을 맞이했다. 세 사람은 가게 안으로 들어와 돕겠다고 제안했지만 은성미는 그들을 내쫓았다. 좌절감에 빠진 순간, 길고 훤칠하며 냉철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 남자가 그들 곁을 스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경진은 무심코 미간을 찌푸리며 뒤돌아봤다. “성미 씨.”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의 차갑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섞여 있었다. 은성미는 무심코 고개를 들더니 눈에 웃음기가 번졌다. “왔네요.” 고윤성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에 들린 물건을 넘겨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 짓다가 은성미는 손님을 맞으러 돌아섰다. 은수호는 고윤성을 보고 반갑게 달려가 그의 다리를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 “아저씨, 너무 보고 싶었어요!” 세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가족처럼 따뜻하고 자연스러웠다. 이 광경을 본 주경진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눈빛을 움찔하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주호영과 주민영도 눈가를 붉히며 주먹을 쥐고 달려들려 했지만 주경진이 재빨리 그들을 막았다. 세 사람은 차 안에서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 고윤성의 합류로 은성미는 훨씬 여유로워졌고, 어린 은수호도 한가해져 그녀의 곁을 맴돌았다. 그는 고윤성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봤다. 은성미를 내려다보던 그가 그녀의 귀에 뭔가 속삭이고 있었다. “엄마, 언제 아저씨 청혼받아줄 거예요? 결혼할 거예요?” 은성미는 웃으며 아이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고윤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가득했다. 오늘은 은성미의 생일이었다. 고윤성은 레스토랑에 미리 자리를 예약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은수호는 미리 은성미 부모님의 집으로 보내졌고, 방 안에서 두 사람은 일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때로는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달콤했다. 고윤성이 포크를 내려놓고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