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은성미는 몸을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아이를 바라봤다. 그들은 그녀를 노려보며 숨김없는 혐오감을 드러냈다. “우리한테 어떻게 이런 엄마가 있을 수 있어요? 너무 창피해요!” “아빠,전 이 사람이 엄마인 거 싫어요. 이런 엄마가 있다는 건 우리 수치예요!” 주경진은 어두운 얼굴로 강아림의 곁에 서서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지은 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더 할 말은 있어?” 그들의 눈빛은 이미 그녀가 범인이라고 단정 짓고 있는 듯했다. 은성미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따져 묻고 싶었다.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한 마디만 내뱉었다. “제가 한 거 아니에요.” 강아림이 주경진의 옷소매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경진 씨, 그냥 넘어가요. 팔찌만 찾으면 되잖아요. 은성미 씨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그녀가 애원할수록 주경진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그는 가슴을 두어 번 크게 들썩이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은성미, 잘못하고도 발뺌하려 하는 거야? 어떻게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려고 그래? 오늘 네 잘못을 똑똑히 깨닫게 해줘야겠어!” 주호영과 주민영은 이미 훈육용 막대기를 가져와 주경진의 앞에 들이밀며 흥분으로 눈을 빛냈다. “아빠! 빨리 벌주세요!” 주경진은 훈육용 막대기를 받아 들고 은성미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 은성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주호영과 주민영이 달려들어 양쪽에서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힘없이 무너졌다.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순순히 손바닥을 펴 보였다. 힘이 실린 훈육용 막대기가 그녀의 손바닥에 세차게 내리쳤다.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그녀는 강아림의 도발적이고 의기양양한 미소와 주경진이 냉담하고 무정한 눈빛을 보았다.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전생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녀에게 남긴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 어느 날 강아림이 집에 왔을 때 그녀의 반지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그때 어머니가 막 돌아가셨고 강아림에 극도의 증오심을 느꼈던 그녀는 크게 소동을 벌였다. 가족들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강아림의 가방을 뒤졌다. 반지는 가방 속에서 발견되었지만 벌을 받은 것은 그녀였다. 모두 그녀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빌미로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고, 일부러 강아림 가방에 반지를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미의 눈이 붉어졌다. 그녀는 이미 마음이 죽었다고 자부했지만 심장은 멈추지 않고 아파졌다. “아빠, 저도 때릴 거예요!” 두 아이가 동시에 외쳤다. “엄마가 잘못했으니 우리도 엄마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게 할 거예요!” 주경진이 잠시 멈칫하다가 훈육용 막대기를 주호영에게 건네며 말했다. “좋아. 너희도 오늘을 잘 기억해. 앞으로 절대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법을 어기는 사람이 되지 마라!” 이 말은 마치 매서운 손바닥처럼 은성미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녀는 갑자기 힘을 주어 주호영의 손에서 훈육용 막대기를 떨어뜨렸다. 그녀는 온몸을 떨며 굴욕감을 안고 주경진을 노려보며 한 자 한 자 차갑게 강조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가 한 일 아니에요. 진정으로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은 강아림 씨와 당신이잖아요. 주경진 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주경진의 눈빛은 얼음으로 벼려진 듯했다. “네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지하실에서 제대로 반성하도록 해!” 그는 은성미의 손목을 잡고 지하실 입구로 끌고 갔다. 주호영과 주민영은 그녀의 뒤에서, 강아림을 양쪽에서 보호하며 따라갔다. “아림 이모, 우리 집에 와서 살아요.” “아림 이모가 우리 엄마가 되어줘요. 분명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될 거예요.” 은성미는 온몸을 떨며 숨을 가쁘게 쉬었다. 주경진이 직접 그녀를 지하실로 밀어 넣었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의 달콤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림아, 앞으로 며칠 동안 아이들 잘 부탁할게.” 어둠이 은성미를 집어삼켰다. 그녀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떨리는 몸을 끌어안은 채 필사적으로 애썼지만 결국 눈물이 떨어졌다. 지하실은 그녀의 악몽이었다. 주경진과 결혼한 첫해, 그녀는 외출했다가 뒤에서 누군가에게 머리를 맞아 기절했다. 깨어나 보니 지하실에 갇혀 있었다. 어둠, 썩은 곰팡내, 괴상하게 웃어대는 남자, 거친 손... 그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두려웠던 순간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주경진이 지하실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펜만 잡던 그 손이 돌을 집어 들고 남자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끔찍한 비명과 피 냄새가 그녀에게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그날 주경진은 그녀를 부드럽게 안고 달래주었고, 그 기억은 60년간 그녀가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를 지하실에서 구해냈던 그 주경진은 환상이었던 건지 의심하게 될 정도로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