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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은성미는 점차 어둠에 익숙해지며 두려움을 극복했다. 그녀는 일 분 일 초 시간을 세며 밖의 소리를 들었다. 주경진은 주호영, 주민영과 함께 강아림의 짐을 옮기고 있었다. 세 사람은 함께 요리하고 케이크를 사서 강아림의 합류를 환영했다. 그녀는 주경진의 부드럽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아림아, 나 회사에 이틀 휴가를 냈으니 네가 집에 적응하는 걸 도울게.” 얼마나 우스운가. 아이를 낳았을 때, 그녀는 그에게 출산 휴가를 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내 직업 특성상 함부로 휴가를 낼 수 없어. 나와 결혼하기로 했다면 이런 상황을 예상했어야지. 은성미, 좀 독립적으로 행동해 봐.” 그녀는 두 아이가 식탁을 치우겠다며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아림 이모, 손이 너무 예뻐서 거친 일 하기에는 안 맞아요. 저희는 이제 다 컸으니 정리할 수 있어요.” 그들은 빨래하러 가는 강아림을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 “아림 이모,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더러운 옷 냄새가 몸에 묻을까 봐 그래요.” 그들은 빨래하면서 불평했다. “엄마는 정말 게으르고 너무해요. 아림 이모 손톱 하나만큼도 못 따라가요!” 주경진도 웃으며 말했다. “아림아, 아이들이 컸으니 생활 능력을 길러줘야 할 때야. 앞으로 이런 거친 일은 네가 할 필요 없어요.” 얼마나 우스운가. 정말 너무 우스웠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이중적일 수 있단 말인가. 10년간 집안일로 뼈 빠지게 고생한 자신이, 강아림의 손가락 하나만도 못하다니. 은성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학하듯 밖에서 끊이지 않는 소리를 듣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은 이내 울음으로 변했고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틀 후, 굶어 현기증을 느끼던 은성미는 드디어 풀려났다. 주경진과 두 아이는 강아림의 원피스와 같은 색상의 평상복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다정한 네 식구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를 향한 그들의 눈빛은 지독히도 차가웠다. “이번 일은 이걸로 끝내. 앞으로 네 분수를 지키고 다시는 말썽 피우지 마.” 두 아이는 강아림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신나서 깡충깡충 뛰었다. “엄마 봐요. 아림 이모가 사준 옷 진짜 예뻐요! 엄마가 만든 것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예뻐요!” “아빠, 아림 이모, 빨리 가요! 새로 생긴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네 사람은 뒤돌아 떠나갔고 즐거운 웃음소리는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은성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불과 이틀 만에 거실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혼수로 가져온 소파는 최신 유행하는 가죽 소파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손수 만든 쿠션과 장식품들도 깔끔하게 치워진 채 강아림이 좋아하는 은은한 스타일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가꾼 이 집은 이제 온통 강아림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선반 위의 그녀와 주경진의 결혼사진뿐이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주경진의 눈빛은 슬펐다. 은성미는 사진 액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사진을 꺼내 찢어버렸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몸을 정리한 후 그녀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집 안의 모든 구석, 그녀가 정성껏 준비했던 모든 물건을 밖으로 꺼내 하나둘 계속해서 버렸다. 마지막으로 정리한 것은 그들의 옷이었다. 결혼 후 10년간, 그들의 옷은 대부분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강아림이 산 것만 못하다면 더는 둘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옷들을 꺼낸 후 화로를 마당으로 가져와 한 벌, 한 벌 불 속에 던져 넣었다. 결혼 후 주경진을 위해 처음 만든 셔츠, 빨개진 얼굴로 만든 첫 속옷까지 모두 태워버렸다. 주호영과 주민영의 옷은 더 많았다. 임신 기간부터 준비했던 아기 옷, 속싸개, 귀여운 신발... 모두 태워버렸다. 10년간 사계절 내내, 밤낮으로 그녀가 수백 벌을 만든 옷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누군가 마당 문을 거칠게 발로 차 열었다. 주경진의 눈빛에 조금의 다급함이 스쳤다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는 불타는 옷가지들을 보며 동공이 수축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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