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박시형은 객실에서 나오는 고태빈과 박해은을 보았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박해은과 고태빈을 번갈아 보았다. “해은아, 이분은 누구셔?” 사실 박시형과 고태빈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씨 가문 본가에서 계약에 관해 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당시 두 사람은 박해은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박시형을 만나게 되자 고태빈은 자기도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록 서씨 가문 본가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고태빈은 박시형이 자신과 서규영의 관계를 모를 거라고 확신했다. 그날 밤 그는 박시형의 앞에서 서규영과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서씨 가문 사람들도 절대 남들 앞에서 고태빈이 서씨 가문의 사위라고 소개하는 법이 없었으며, 심지어 집사조차 그를 고태빈 씨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러니 박시형의 입장에서 고태빈은 그날 서씨 가문 본가를 방문한 청년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불안함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고태빈은 언젠가는 서규영과 다시 결혼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박시형이 오늘은 그와 서씨 가문의 관계를 모른다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박해은이 빠르게 대답했다. “작은아버지, 이쪽은 우리 아이 아빠 고태빈 오빠예요.” 박시형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이 아빠?” 박시형의 시선이 박해은이 안고 있는 아이에게로 향했다. “언제 아이를 낳은 거야?” 박해은이 그에게 설명하려고 했는데 박시형이 갑자기 시선을 돌려 고태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태빈 씨, 전에 만났을 때 저한테 해은이 남편이라는 말씀 한 적 없으시잖아요.” 고태빈은 순간 안절부절못했다. 박해은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태빈 오빠랑 작은아버지가 아는 사이라고?’ 고태빈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전 해은이를 이용해 박씨 가문과 연줄을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얘기하지 않았어요.” 고태빈은 손에 땀을 쥐었다. 지금은 다른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앞으로 두 사람은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고 고태빈도 서씨 가문에 가는 일이 많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