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박시형은 상당히 짓궂고 계략적이었다. 그 순간 서규영은 문득 잔머리를 굴리는 것에 있어서는 박시형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시형은 꿀을 바른 듯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서규영은 눈을 접으며 웃는 박시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박시형은 겨울날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이는 여우처럼 게으르면서도 교활했다. 서규영은 박시형의 눈동자 속 따스한 온기에 얼굴이 화끈거려 서둘러 시선을 옮기며 그를 내쫓았다. “나가 있어. 금방 갈게.” 박시형은 서규영이 부끄러워하자 더는 그녀를 놀리지 않고 일단 방에서 나갔다. 그는 떠나지 않고 방문 앞에서 서규영을 기다렸다. 서규영과 박시형이 함께 파티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매우 떠들썩했다. 그 이유는 갓난아기 때문이었다. 송인서는 박해은의 아이를 안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순간 모든 이들의 이목이 아이에게로 쏠렸다. 아이는 희고 통통해서 매우 귀여웠고 사람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송인서는 마치 명품 백을 든 사람처럼 자랑하듯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다녔다. 이때 박해은과 고태빈은 사람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고태빈의 얼굴에는 우울함이 가득했다. 오늘 그는 이곳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생각이 없었고 그저 해빈 테크 회장의 신분으로 상류층 사람들과 인사만 나눌 생각이었다. 그런데 송인서가 아이를 자랑하고 다니니 적지 않은 이들이 아이의 아버지가 해빈 테크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태빈은 그 아이와 한데 엮이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그와 서규영의 관계는 위태로웠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처럼 불안정했다. 게다가 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 것은 서규영의 태도였다. 서규영이 한 말은 마치 가시처럼 고태빈의 마음에 박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다. 서규영은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일까? 박해은은 고태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미안, 오빠. 나도 엄마가 저렇게 아이를 안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