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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두 사람의 표정이 굳었다. 고나율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규영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무슨 낯짝으로 돌아온 거예요? 오늘 내가 학교 문 앞에서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요?” 서규영은 덤덤히 말했다. “너희 선생님께 연락했어. 오늘은 점심 안 가져다준다고. 너희 선생님이 너한테 얘기했을 텐데.” 서규영의 말대로 선생님은 고나율에게 그 사실을 전했었다. 그러나 고나율은 서규영이 점심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었다. 지난 1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도시락을 가져다주었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아프더라도 말이다. “나 학교 학식 안 좋아하는 거 몰라요? 뭐 얼마나 중요한 일이 있었길래 내 점심도 가져다주지 않은 거예요? 나 한 달 뒤면 수능이에요. 내 성적에 영향 주면 언니가 책임질 거예요?” 서규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나율을 바라보았다. “고나율, 난 널 돌볼 의무가 없어. 오늘부터 네 밥 챙겨주지도 않을 거고 너한테 숙제하라고 하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다 네가 알아서 해.” 고나율은 조금 당황했다. 고나율이 이 집에 이사 온 뒤로부터 서규영은 단 한 번도 이렇게 차갑게 그녀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평소 서규영은 그녀를 위해 늘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주었고, 공부하라고 설득하고, 또 옷과 신발도 자주 사주었다. 반대로 고나율은 평소 서규영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성질을 부렸는데 서규영은 그걸 다 받아주었다. 장경희는 서규영의 앞으로 달려가서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얘 밥도 책임지고 공부도 책임져야지. 네가 책임 안 지면 누가 책임져? 너 어떻게 이렇게 책임감이 없을 수가 있어?” “그런 건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 거죠. 난 은혜도 모르는 인간은 안 거둬요.” “언니, 지금 누구를 보고 은혜도 모르는 인간이라는 거예요? 지금 나 모욕하는 거예요? 우리 오빠 돌아오면 다 일러바칠 줄 알아요.” 장경희가 고나율을 말렸다. 그녀는 서규영이 조금 전 그들의 대화를 듣고 홧김에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장경희는 평소 자기 아들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서규영도 며느리로서는 최고였다.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요리도 잘하고 고나율의 공부도 도와줄 수 있는 데다가 씀씀이가 헤프지도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집안 형편도 꽤 좋다고 알고 있었다. 장경희는 아직 서규영의 친정집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고나율은 이곳으로 막 전학 왔을 때 반에서 꼴찌였는데 지금은 성적이 굉장히 좋았고 심지어 명문대에 입학할 가능성도 매우 컸다. 기능적인 면을 보았을 때 서규영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장경희가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는 내가 말이 좀 심했어. 사과할게. 비록 네가 우리 고씨 가문의 대를 잇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넌 내 며느리야. 그건 인정해. 밖의 여자들은 애를 아무리 낳아봤자 그냥 내연녀일 뿐이고 우리 태빈이 아내는 너지. 그러니까 너도 그걸로 만족하고 그냥 눈감아주도록 해.” “나는 네가 우리 고씨 가문 며느리라는 거 인정해. 그러니까 너도 집안일해야 해. 나율이는 고3이라 아주 중요한 시기야. 만약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나율이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없어. 너 그러면 벌받을 거야.” “저녁에 태빈이가 돌아오면 앞으로 너랑 더 많이 시간을 보내라고 설득해 볼게. 그러니까 너도 성질 그만 부려.” 고나율은 팔짱을 낀 채 경멸 어린 표정으로 서규영을 바라보았다. “내 공부를 도와주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요. 앞으로 내가 명문대에 붙으면 언니도 그 덕을 조금 볼 거 아니에요? 우리 오빠는 돈도 많아서 가정교사도 충분히 모실 수 있는데 언니에게 그 기회를 줬잖아요. 그건 언니를 인정한다는 거니까 그 기회를 소중히 여겨요.” “그런 기회는 네 미래의 새언니한테 주도록 해. 난 이미 고태빈이랑 이혼했거든.” 말을 마친 뒤 서규영은 침실로 들어가서 커다란 캐리어를 꺼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나율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이혼했다고? 말도 안 돼!’ 서규영은 고태빈을 매우 사랑해서 고태빈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줬는데 그런 그녀가 고태빈과 이혼했을 리가 없었다. 어쩌면 고태빈이 이혼하자고 한 걸지도 몰랐다. 고태빈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이를 출산했으니 그 여자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려는 걸지도 몰랐다. 그러나 전에 고태빈에게 물었을 때 고태빈은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회사가 상장을 앞둔 시기에 이혼한다면 상장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고태빈은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것일까? 고나율은 고태빈이 서규영과 이혼하지 않기를 바랐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서규영은 요리를 매우 잘해서 고나율이 짝사랑하는, 학교에서 가장 잘생긴 박유준도 좋아할 정도였다. 고나율은 매일 점심 박유준과 함께 옥상에서 밥을 먹었다. 비록 박유준은 밥만 먹고 다른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서규영에게 있어 그것은 둘만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서규영이 도시락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박유준과 단둘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고나율은 서규영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말 무슨 뜻이에요? 우리 오빠랑 이미 이혼했다니요? 우리 오빠가 이혼하자고 해도 안 하겠다고 버텨야죠. 그거 언니가 제일 잘 하는 거잖아요. 언니, 오빠한테 잘못했다고 해요. 그래도 안 먹히면 용서해 달라면서 무릎이라도 꿇어요. 그러면 우리 오빠도 마음이 약해져서 분명히 용서해 줄 거예요.” “언니!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예요?” 서규영은 이미 옷장 속 옷을 다 챙긴 뒤 캐리어를 닫았다. “고나율, 내가 너희 오빠한테 먼저 이혼하자고 한 거야. 난 더 이상 너희 가족들한테 피 빨리기 싫거든.” “그게 무슨 말이에요? 피를 빨다니요? 우리가 언니 피를 빨았다고요? 우리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가 이렇게 좋은 집에서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우리 가족들 챙기는 건 언니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고나율은 아주 거만했다. 서규영은 그녀와 싸우며 힘을 빼고 싶지 않아 계속해 물건을 정리했다. 장경희는 당황해서 황급히 고태빈에게 연락했다. “태빈아, 어떻게 된 거야? 규영이가 너희 이혼했다고 하면서 지금 짐 싸고 집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고태빈은 회의하던 와중에 서규영의 이름을 듣게 되자 짜증이 났다. 그는 오후 내내 서규영의 사과를 기다렸으나 서규영은 그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고태빈은 짜증을 내며 입을 열었다. “화가 나서 괜히 그러는 거예요. 그냥 놔두세요.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어요. 어머니, 저 지금 주주총회 중이니까 이런 사소한 일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말을 마친 뒤 고태빈은 전화를 끊었다. 장경희는 통화를 마친 뒤 자신감이 생겼다. 고태빈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서규영이 진짜로 이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보여 주기 식으로 그러는 거라는 걸 의미했다.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장경희는 서규영의 방으로 가서 그녀를 혼내려고 했는데 서규영이 먼저 장경희에게 따져 물었다. “장경희 씨, 저 결혼하기 전에 가져왔던 주얼리랑 보석들 다 어디 뒀어요?” 서규영이 고태빈과 결혼했을 때 고태빈은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라서 결혼식을 올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자 쪽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면 남자로서 체면을 구기게 된다고 생각해 결국 그들은 결혼식을 치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규영은 예단을 꽤 많이 준비했다. 집, 차, 보석이 박힌 주얼리 등을 말이다. 특히 주얼리들 중에는 8캐럿짜리 핑크 다이아몬드, 수십억짜리 비취 팔찌 등 서규영의 어머니가 준비한 아주 희귀하고 귀한 주얼리들이 많았다. 그러나 서규영 본인은 주얼리를 자주 하지 않았고 그동안 가사만 하느라 자신의 주얼리들을 전부 화장대 가장 아래쪽 서랍 안에 넣어서 자물쇠로 잠가두었다. 그런데 지금 서랍을 열어 보니 핑크 다이아몬드, 팔찌, 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 보석이 박힌 반지 등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장경희는 서규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서규영, 너 어떻게 어른의 이름을 막 부를 수가 있어?” 서규영은 가장 아래쪽 서랍을 분리해 낸 뒤 그것을 장경희의 앞에 던지며 말했다. “됐고, 제 주얼리들 다 어디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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