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양지유는 딸의 손을 살며시 잡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아빠.”
양설아는 살짝 쑥스러운 듯, 눈앞의 ‘오빠처럼 젊은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어... 어, 그래. 설아 안녕.”
이렇게 큰 딸에게 ‘아빠’라 불리니, 손태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는 길 내내 머릿속으로 수십 번이나 연습했던 인사도 그 순간 전부 날아가 버렸다.
그는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 우리 들어가자. 곧 저녁 먹을 시간이야.”
양지유가 분위기를 이끌며 손태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왼쪽엔 남편이, 오른쪽엔 딸이 있었다.
세 사람은 나란히 마당을 지나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설아야, 엄마는 아빠랑 잠깐 얘기 좀 할게. 그동안 TV 보고 있을래?”
“알겠어요, 엄마.”
양설아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
양지유는 손태하의 팔을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여보, 오늘 나 보고 싶었지?”
“그럼. 혼자 썰렁하게 있을 줄 알았는데... 설아가 이렇게 흔쾌히 받아줄 줄은 몰랐네. 참 착한 아이야.”
손태하는 아내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그녀의 체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설아는 대학에 들어간 뒤로 정말 많이 변했어. 특히 최근 반년 동안은 더 그래. 집에 돌아온 뒤로는 예전보다 훨씬 먼저 다가오고, 표정에서도 그 우울하던 기운이 많이 사라졌더라고. 이제는 나랑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
그녀는 멈칫하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느껴져. 그게 진짜로 괜찮아진 게 아니라, 예전의 아픔을 그냥 마음속 깊이 숨기고 있다는 걸. 근데 여보랑 설아는 또래잖아. 대화할 때도 세대 차이 없을 테고. 혹시... 시간 되면 설아랑 많이 이야기해 줄 수 있어? 가끔은 밖에도 같이 나가고. 난 우리 설아가 진심으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 웃음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어.”
세상 어떤 부모라도 자식을 향한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양지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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