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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런데 내 생각에는 우리 회사 대표는 아닌 것 같아. 오전에 몸이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아마도 대표님의 지인이나 친척일지도 몰라.” 윤재형은 곰곰이 생각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구인지 당최 짐작이 안 갔다. “어차피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게다가 그룹사인데 그렇게 쉽게 망하겠어?” 방금 강소연의 말을 듣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당분간 문제없다고 했으니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회사의 임원으로서 누구보다 소문에 빠삭할 테니까. “하긴, 될 대로 되겠지.” 말을 마친 두 사람은 노트북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는 실장을 발견했다. “미팅에 참석하러 가나 봐. 대표님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입사한 지 며칠 안 된 사람들이 물어보긴 좀 그렇겠지?” “응. 가만히 있어. 언젠간 밝혀질 거야.” 둘은 실장이 준 자료를 뒤적이며 간간이 담소를 나누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오후 4시가 되었다. 실장이 자리로 돌아왔고, 무덤덤한 표정에서는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열심히 추측했지만 유용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다. 곧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태하야, 오늘도 병원에 갈 거야?” “응.” 손태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을 정리했다. “알았어. 아까 말 걸었던 여자한테 연락해봐야겠어. 저녁에 같이 영화나 볼까 봐.” “건투를 빌게.” 손태하는 키득거리며 윤재형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우선 밥부터 먹을 생각이었다. 점심을 거른 탓에 배가 몹시 고팠다. 회사에서 나와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어치웠다. 그러고 나서 버스에 올라타 병원으로 향했다. ... 길이 뻥 뚫린 덕분에 금세 중환자실에 도착한 그는 곧장 양지유의 병실로 들어섰다. “오셨어요?” 간호사가 자리를 뜨려고 했다. “네. 간호사님, 안녕하세요.” 손태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병상을 바라보았다. “아내가 오후에 밥은 좀 먹었나요?” “네. 꽤 많이 드셨어요. 잠든 지 한참 되거든요? 두 분이 얘기 나누세요.”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 병상으로 다가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리고 양지유의 손을 꼭 붙잡았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병실 문이 쿵 하고 닫혔다. “여보, 나 방금 퇴근하고 밥 먹고 도착했어. 남편 안 보고 싶었어?” 병실에 둘만 남게 되자 손태하는 대담하게 양지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양지유가 손태하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고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몸도 살짝 움찔거리는 것 같았다. “이제 곧 깨어나는 거야? 중환자실 싸지도 않는데 얼른 일어나서 일반 병실로 가자.” 비록 입원비를 따로 부담할 필요는 없었지만 중환자실이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일반 병실로 옮기면 훨씬 저렴해질 것이다. 이내 그녀의 목선을 따라 쇄골을 어루만지고 천천히 아래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우뚝 멈추었다. 탐색을 이어가고 싶었으나 고민 끝에 자제하기로 했다. 몸이 점차 회복되면서 양지유의 안색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핼쑥했던 얼굴에 생기가 돌며 더욱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느낌’이 있다. “음...” 손태하의 손길에 양지유는 무의식중에 다시 한번 소리를 냈다. 예전보다 조금 더 큰 신음이었고 숨결도 한층 더 가빠졌다. “자기야.” 쪽! 손태하는 긴가민가했다. 이미 깨어난 것 같았지만 지금은 일부러 눈을 감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골탕 먹이려고 조용히 몸을 숙여 그녀의 볼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자기야, 이제 깨어나면 집으로 돌아가자, 응? 자, 내가 안아줄게.” 손태하는 키스를 이어가며 두 팔로 어깨를 살포시 감쌌다. 여리여리하니 정말 부드러웠다. “음...” 그의 품에 안긴 양지유는 또 한 번 신음을 내뱉었다.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여보, 완치되면 그때도 날 받아줄 거지?” 손태하는 나지막이 속삭이며 그녀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후...” 양지유의 숨결이 한층 더 거칠어졌지만 끝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지유야, 내 사랑.” 쪽! 손태하는 양지유를 안고 있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놓아주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작고 여린 손만 만지작거리다가 어느새 밤 10시가 되었다. “여보, 벌써 10시야.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내일 다시 올게, 알겠지?” 어느덧 밤이 깊어 양지유에게 키스한 뒤 병실을 나섰다. ...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었고 며칠이 순식간에 지나버렸다. 그가 병실을 찾을 때마다 간호사는 양지유가 깨어나서 밥을 꽤 많이 먹었다고 말해주었지만 단둘이 있을 때는 기어코 눈을 뜨려 하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손태하는 일찍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는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6번 중환자실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병상은 텅 비어 있었다. “어?” 손태하는 깜짝 놀랐다. 뭐지? 설마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이게 대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덩달아 마음이 착잡했다. 양지유가 정말 깨어나게 된다면 이혼 문제와 마주하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분께서 일반 병실로 옮겨갔어요. 203호실이에요. 얼른 가보세요.” 한창 상념에 빠져 있을 때 간호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와 말을 건넸다. “이제 말도 하고 걸을 수도 있는 건가요?” “풉!” 간호사는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이틀 전부터 걷기 시작했어요. 물론 대화도 가능하고요. 오늘 아침에 일반 병실로 옮겨드렸어요. 직접 가서 확인해보세요. 두 분 정말 재밌는 부부네요.” 말을 마친 뒤 싱글벙글 웃으며 병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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