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주석호가 병사들을 이끌고 다섯 리 밖에 진을 치고 머무르자 산 위 도적들도 자연스레 주시하고 있었다.
주석호는 도적들의 매서운 눈길을 받으며 병사들을 거느리고 가운데 봉우리와 왼쪽 봉우리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허, 고작 이삼백 명으로 우리를 없애려고?”
가운데 봉우리의 두목 황호가 냉소를 지었다.
“얘들아, 무기들 단단히 쥐어라! 놈들이 올라오면 우리 손에 처참히 깨져서 내려가게 만들어라!”
도적들은 곧장 산 정상으로 향하는 요로를 지켜 서며 병사들이 공격하기만 하면 맞받아치려 준비를 갖췄다.
그러나 한참 기다려도 병사들이 산을 오르는 기척은 없었다.
“무슨 일이지? 아직도 안 올라온다고?”
황호가 요로를 지키는 부하에게 물었다.
“아직입니다. 그림자도 안 보이는데요.”
이토록 시간이 지났는데 기어 올라온다 해도 도착했을 터였다.
부하들도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황호는 뭔가 수상쩍음을 느끼고 급히 남양 방면으로 이어지는 요로로 달려갔다.
“이쪽도 움직임이 없는 게냐?”
그곳을 지키는 부하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상하군.”
황호는 번들거리는 대머리를 긁적이며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한 부하가 자청했다.
“두목, 제가 내려가 살펴보는 건 어떻습니까?”
“안 된다!”
황호가 고개를 저었다.
“혹시라도 그게 놈들의 계략일지 모른다. 우리가 조바심 내길 기다렸다가 각개격파 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지.”
곧이어 또 다른 우려가 생겼다.
“설마 우리를 산 정상에 가두고 굶겨 죽이려는 건가?”
그러나 황호는 이내 코웃음을 쳤다.
평서왕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식량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좋다! 놈들이 버틴다면 우리도 버티자! 어디 두고 보자고, 누가 더 오래 견디나!”
그 말을 남기고 황호는 더는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같은 상황은 왼편 봉우리에서도 되풀이되었다.
“그냥 두자. 놈들이 아래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보자꾸나!”
날이 저물며 하늘이 서서히 어둑해졌다.
도적들이 저녁을 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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