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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점심때 임윤슬은 반찬을 좀 더 만들어 이웃인 김옥순에게도 나눠주고 빌렸던 도구도 함께 돌려주었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좀 잤더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요즘 정말 잠이 많다고 느끼며 물을 떠다 세수를 하고 나니 한결 개운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일의 아내가 작은 물통을 들고 들어왔다. “윤슬아, 집에 있어?” 명일의 아내 이해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임윤슬은 얼른 나왔다. “언니, 왔어요? 얼른 들어와요.” “우리 남편이 오늘 낚시 갔는데 물고기 많이 잡아서 몇 마리 가져왔어.” 이해연은 아주 정겨운 사람이었고 양동이에는 크고 작은 물고기가 7, 8마리가 담겨 있었다. “언니, 아이들이랑 드세요. 전 괜찮아요.” “괜찮아. 집에 많으니까 얼른 양동이나 대야 가져와. 오늘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물에 넣어두었다가 내일도 먹어.” “고마워요, 언니.” 임윤슬은 양동이를 가져와 물고기를 옮겨 담았다. “고맙긴. 난 이만 갈게. 너 할 일 해.” 임윤슬은 이해연이 준 물고기 중 두 마리로 생선탕을 끓였는데 오늘 막 잡아 올린 물고기라서 그런지 맛이 유난히도 담백하고 깊었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있자니 고요한 밤에 임윤슬은 문득 공지한이 그리워졌다.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일이 잘 풀리고 있는지 궁금해져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지만 아무 연락도 없었던지라 용기를 내어 마침내 문자를 보냈다. [지한 씨, 일은 잘되고 있어요? 건강 잘 챙기고 술은 조금만 마셔요.] 사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마을에서 있었던 일과 이웃들이 준 각종 채소와 고기를 나누어 주어 집에 가져가서 그에게 요리해주고 싶다고도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다 지우고 간단히 안부만 보냈다. 임윤슬은 핸드폰을 붙잡고 20분을 기다렸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확인했지만 여전히 핸드폰은 잠잠했다. 마음이 조금 허전해진 그녀는 옆으로 누워 배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아가야, 아빠가 너무 바빠서 엄마 문자를 못 본 거야. 그래서 답장이 없는 거겠지? 아빠 출장이 끝나고 돌아오면 우리 함께 말해주자. 우리 아가가 엄마한테 찾아왔다고. 알았지?” 한참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 졸음이 몰려와 임윤슬은 일찍 잠이 들었다. ... 한편 강진시 현재 그룹 대표실에서. 유재윤은 혼자 안마의자에 누워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하아, 형들도 없고 은성이 형은 뭘 하는지 얼굴로 안 보이네. 형수님도 고향에 내려가서 심심해 죽겠어... 하아...' 유재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공지한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재윤은 이미 사흘째 공지한의 사무실에 머물고 있었다. 매일 제시간에 출근해 점심도 그녀에게 준비해 오라 시켰고 퇴근할 때까지 함께 있었다. 유재윤은 고개를 들어 양정혜를 보더니 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양정혜는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유재윤은 그들 중에서 가장 격식 없고 넉살 좋은 성격이라 평소 직원들과 농담도 주고받았다. 회사 사람들도 일 외의 이야기는 유재윤과 나눌 수 있을 정도였던지라 슬며시 물었다. “유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오늘 아침만 해도 열 번은 넘게 한숨 쉬신 것 같은데요.” “심심해서 그래요. 형들도 없고 형수님도 없어서 놀아줄 사람이 없어요.” 양정혜는 그의 대답을 듣고 역시 그들의 막내 유재윤답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공 대표님 사촌 동생인 공주희 씨나 지 대표님 동생인 지예빈 씨랑 놀면 되잖아요.” 양정혜가 제안했다. 공지한의 사촌 동생 공주희는 강진의 이강대학교 3학년 학생이었고 성격이 천진난만하고 엉뚱했으며 정의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지세원의 동생 지예빈은 대학교 4학년이었고 지금은 강은성의 밑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중이었다.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해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며 현재는 말단 보조로 시작해 매일 고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아. 결국 걔네 둘밖에 없단 소리네요.” 유재윤은 투덜거리며 안마의자에서 일어나 외투를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대표님, 점심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아, 내 건 주문하지 말아요. 주희랑 예빈이랑 먹을 거니까.”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사무실을 나섰고 세 사람만 있는 단톡방을 만들었다. [주희야, 예빈아, 나와! 이 오빠가 오늘 밤새 너희랑 신나게 놀아준다!] 유재윤은 두 사람을 불렀다. [재윤 오빠, 우리 오빠 지금 없죠?] 공주희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그래. 네 오빠가 출장 가서 언제 올지 나도 몰라. 그러니까 오늘 밤은 우리 세원이 형네 술집에서 놀 거야. 빨리 와. 술집 앞에서 보자.] [언니는? 윤슬 언니도 같이 불러요!] 지예빈도 얼른 답장을 보냈다. [형수님은 고향에 내려가서 지금 강진에 없어.] 유재윤은 이 두 사람을 친동생처럼 여겼고 시간이 날 때마다 둘을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곤 했다. [난 아직 학교라 세원 오빠 술집까지 가려면 한 시간 걸려요.] 공주희는 오후에 수업도 없었고 또 금요일이었던지라 기숙사에서 드라마나 보려고 했지만 유재윤이 부르니 그냥 침대에만 누워있고 싶지 않았다. [난 바빠서 죽을 것 같아요. 곧 촬영장에 가야 해서 아마 7시 넘어야 갈 수 있을 거예요.] 지예빈은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여하간에 지금은 조감독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조수였던지라 엄격한 선생님을 앞에 두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럼 내가 일단 주희랑 점심 먹고 술집으로 갈게. 너는 기사님 보내줘?] 유재윤은 아직 점심을 못 먹었던지라 공주희를 대리고 먼저 밥을 먹은 뒤 술집에 가려고 했다. 어차피 술집은 저녁부터 문을 여니 지예빈이 도착할 때쯤 열릴 것이었다. [아니, 괜찮아요. 난 끝나고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지예빈은 언제 끝날지 몰랐기에 택시가 더 편했다. [알았어. 주희야, 오빠가 간다. 기다려.] 세 사람은 약속을 마치고 대화를 끝냈다. 유재윤은 스포츠카를 몰아 공주희의 학교로 향했다. 너무도 요란한 스포츠카가 공주희 기숙사 앞에 멈추고 차에 기대어 공주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인지 순식간에 학생들의 시선이 쏠리고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공주희는 전화를 받고 유재윤이 기숙사 앞에 있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깜짝 놀라 서둘러 창가로 달려간 뒤 고개를 내밀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유재윤의 성격에 학교까지 오면 난리가 날 게 뻔했기에 다급하게 말했다. “오빠, 일단 차를 교문 앞으로 옮겨줘요. 난 금방 내려갈게요.” “왜? 나 벌써 기숙사 앞까지 왔는데 그냥 내려오면 되잖아. 뭘 번거롭게 그래?” 유재윤은 자신이 이미 구경거리가 됐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빠, 그 요란한 차를 기숙사 앞에 세우고 오빠까지 차에 기대어 서 있으니까 주위에 사람이 얼마나 몰렸는지 좀 봐봐요. 내가 지금 내려가서 타면 다들 내가 재벌한테 스폰받는 줄 알 거예요.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데요. 난 졸업까지 조용히 살고 싶어요.” 공주희는 오늘 여기서 유재윤의 차에 타는 걸 들킨다면 내일 학교 게시판에 ‘스폰녀'리고 소문이 돌 게 뻔했다. “치, 이게 내가 가진 차 중에 제일 무난한 건데...” 유재윤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빨리요. 나도 얼른 내려갈게요.” 공주희는 그를 재촉했다. “아, 알았어. 그럼 교문 50미터쯤에서 기다릴게.” 그러고 난 후 차를 몰아 교문 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신 무장을 한 공주희가 주위를 살피며 몰래 차에 올라탔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유재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가요, 오빠. 점심은 뭐 먹을 거예요?” “오빠가 집밥 끝내주게 잘하는 식당에 데려가 줄 거야. 지난번에 은성이 형이랑 가봤는데 맛있더라고. 오늘 너도 먹어봐.” 유재윤은 말하며 시동을 걸고 차를 몰았다. 음식이라면 유재윤은 전문가였다. 한가할 땐 늘 맛집을 찾아다니며 자주 공주희와 지예빈을 데리고 다니곤 했으니까. “흑흑, 역시 오빠가 최고예요!” 운전만 하지 않았더라면 공주희는 이미 유재윤을 껴안았을 것이다. 유재윤이 맛있다고 보장하면 백발백중이었다.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공주희는 유재윤과 함께 다니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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