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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공지한은 윤하영의 전화를 받고 술집을 나왔다. 기사 이용철이 차를 몰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졌다. 전에는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줄 알았다. 하지만 2년 전, 어떤 단서를 발견하고 부모님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줄곧 은밀히 조사해왔고 그 뒤에는 국제 범죄 조직이 얽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조사해본 결과, 이 조직은 전 세계에 인맥을 두고 각국의 정보들을 수집하고 판매했으며 무기 밀수, 장기 매매까지 관여하고 있었다. 공지한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알게 된 건 그 범죄 조직의 보스가 케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린다는 사실뿐이었다. 이번에 페이라에 가서 지세원의 일을 도와주다 우연히 정보를 입수했고 추적 끝에 믿기 힘든 결과를 보게 되었다. 그 화살표가 윤하영을 가리킨 것이다. 공지한은 예정보다 일찍 페이라에서 돌아왔다. 막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윤하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발목 부상이 재발해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토록 기다려온 그녀가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 있을 리 없다고 믿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윤하영의 아파트로 향했다. 실제로 그녀는 발목을 삐어 발목이 크게 부어 있었다. 공지한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다시 검사받게 했고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어서 일정 기간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뒤로 이혼 전까지의 한동안, 공지한은 윤하영을 돌보며 재활과 검진에 동행했다. 그의 보살핌 덕분에 회복은 빨랐고 공지한은 틈틈이 윤하영을 떠보며 케이를 아는지 확인했지만, 그녀의 태도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정말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페이라에서 얻은 정보가 잘못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윤하영이 연기를 너무 잘해 자신조차 속인 것이거나, 아니면 정말 케이의 정체를 모르는 것일 수 있었다. 즉, 케이가 평소 다른 신분으로 행세해 윤하영은 그의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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