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화
“허 대표님, 말씀이 과하십니다. 오늘 저녁은 원래 제가 대접해야 했을 자리입니다. 멀리서 오신 대표님께 마땅히 제가 예를 다해야지요.”
“똑같지 않습니까. 어차피 아직 계산 전인데 나중에 공 대표님이 하셔도 되고요.”
허운재는 조금도 겸양하는 기색이 없었다. 공지한은 입꼬리를 살짝 떨었다. 이 사람은 정말 조금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요. 허 대표님께서 내미신 협력 조건 덕분에 현재 그룹은 이 저녁 식사 비용 이상을 벌게 될 테니까요.”
“프로젝트 문서를 공 대표님께서 보신 모양이군요. 제가 직접 작성한 것인데 어떻습니까? 제가 그리 전문적이지 못해서 이윤 계산이 미흡했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다고 느끼시는 것 같군요.”
공지한은 이 남자의 뻔뻔함이 무적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본인이 직접 문서를 만들었다니, 역시 호크아이라 불리는 남자다웠다. 공지한 역시 허운재의 역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 대표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이런 문서를 만드실 수 있다는 건 이미 수많은 연단을 거쳤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허운재는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럼 협력에는 문제가 없는 듯합니다. 공 대표님, 우리의 즐거운 협력을 기원하며.”
공지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테이블 앞의 와인잔을 들었다. 두 남자는 허공에서 잔을 맞추는 시늉을 하더니 동시에 술을 비워냈다.
잔을 내려놓고 나서 허운재는 문득 스쳐 지나가는 말처럼 운을 띄웠다.
“공 대표님, 사모님은 어찌 함께 오지 않으셨습니까?”
공지한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허 대표님은 제 아내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으신 듯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과 함께 희미한 불쾌감이 맴돌았다.
허운재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소리 내어 웃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저는 단지 사모님과 인연이 있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처음 뵙자마자 안 좋은 일을 겪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괜한 오지랖에 여쭈어본 것입니다.”
공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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