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화
김시아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가 그런 대답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마음에 품은 사람이 이미 있다는 말인가?’
남들보다도 뛰어난 그녀였고 자존심도 강한 그녀였기에 지금까지 누군가를 거절해 왔을지언정, 이렇게 거절당해 본 적은 없었다. 김시아는 이내 표정을 수습하고는 일부러 지세원의 어깨를 툭 치며 농담을 건넸다.
“너무 야속하네요.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말을 하지, 나 혼자 설레발 치게 만들고... 너무 민망하잖아요.”
지세원은 그녀보다 조금 앞서 걸으며 주차장 쪽으로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민망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전혀 못 느끼겠어요.”
김시아는 괘념치 않고 궁금증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혹시 독설 때문에 애인 못 사귀는 건 아니죠? 그쪽이 좋아하는 여자, 누군데요? 어떻게 생겼어요? 한번 데려와서 보여줘 봐요.”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지세원은 단호하게 내뱉고는 차에 올랐다.
김시아는 차에 탄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말로 그 여자를 만나야겠다는 듯 계속 졸랐다. 물론 지세원은 힌트 하나도 말해주지 않았다. 결국 김시아는 포기하고 차에서 내리면서 지세원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동안 만나본 사람 중에 세원 씨처럼 융통성 없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세원 씨랑 사업 얘기하면 아무런 득도 못 볼 것 같아요.”
지세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네, 네. 얼른 들어가 쉬어요, 전 가볼게요.”
김시아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세원의 차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천천히 미소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내 씁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기 같은 여자가 이렇게 단칼에 거절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처음 만났을 때, 지세원은 결혼이나 연애 생각이 없다고 솔직하게 밝혔었다. 그래서 그녀는 부모님께는 상대방이 괜찮으니 서로 마음이 있는 척 가장해서 부모님의 잔소리를 피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원래도 연로하신 부모님 때문에 귀국했는데 돌아와서 일자리를 찾자마자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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